제시가 엄마 얘기만 나오면 펑펑 우는 이유

조회수 2022. 5. 6. 15: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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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에게 ‘센 언니’로 알려진 제시. 그녀답지 않게 한번은 무대에서 갑작스럽게 눈물을 쏟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유희열의 한마디 때문이었습니다.

“오늘 어머니가 오셨다고 들었어요.”

무대의 시작과 끝에 카메라가 잠깐씩 비춘 한 중년의 여성. 그녀는 스케치북에 매직으로 꾹꾹 눌러쓴 “멋진 딸 행복해라”는 메시지를 들고 있습니다. 바로 제시의 어머니였습니다.


제시가 엄마 얘기만 나오면 펑펑 우는 이유

유희열이 울컥하는 제시의 반응에 당황하자 그녀는 이렇게 설명합니다. “오랜만에 보는 거예요. 제가 요즘 힘들어해서 엄마가 미국에서 오셨어요. 제 옆에 있어 주려고. ”이전에도 제시는 한 프로그램에서 나와 엄마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엄마는 나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해요. 신곡이 섹시한 컨셉이라면 가장 야한 속옷을 사다 줄 정도예요.”


우리에겐 그런 사람이 한 명쯤은 있습니다.

그 사람을 떠올리기만 해도 눈물 나고

이렇다 할 재주가 없다 하더라도 우리를 무조건적으로 응원해 주고

내가 힘들다고 하면 어디서든 달려오는 사람.

내겐 엄마가 그런 사람이었습니다.

“딸아, 너는 생각보다 강하단다.”

어렸을 적, 엄마는 매일 아침 등굣길에 내게 이렇게 말해 주곤 했습니다. 나는 어렸을 적부터 천식이 있었고 몸도 약했습니다. 뭘 해도 힘에 부치자 자연스럽게 성격은 소심해졌고 새로운 일을 하는 데 소극적이었죠. 이런 내게 엄마는 너는 강하다, 용감하다, 할 수 있다, 멋지다와 같은 말로 끊임없이 용기를 불어넣어 준 사람이었습니다.

엄마의 말에 용기를 내어 겁 많은 나도 새로운 일을 시도할 수 있었지만, 가끔은 문제가 생기곤 했어요. 수영을 배우러 갔을 때도 그랬죠. 조금 더 멀리, 조금 더 오래 수영을 하고 싶어 욕심을 내다 체력이 다 떨어진 것도 몰랐어요. 결국 물에 빠져 버렸죠.


“여기, 아이가 물에 빠졌어요!”

그때, 내가 물에 빠진 걸 가장 먼저 알아챈 사람은 바로 옆에서 수영을 하고 있던 사람들도, 안전요원도 아니었어요. 물 밖에서 서서 내가 잘하고 있나 한 번씩 돌아보는 엄마였어요. 엄마는 위급한 순간, 내가 삶이 버겁다고 느끼는 순간 가장 먼저 내게 손을 내미는 사람이었어요.


불현듯 기억난 엄마의 못다 한 버킷리스트

시간이 흘러 난 어른이 되었고, 세상에 대해 궁금해지기 시작할 무렵 엄마가 나의 곁을 떠났습니다. 엄마가 더 이상 내 곁에 없다는 사실에, 삶이 너무도 막연하게만 느껴졌어요. 서른셋인데도 다시 물에 빠져 허우적대는 어린아이로 돌아간 것 같았죠. 술도 마시고 방황도 하며 아주 오랫동안 헤맸어요. 내일이 없을 것처럼 살았죠. 그러다 어느 날 엄마가 예전에 하고 싶다고 말한 것들이 떠올랐어요.

마추픽추까지 잉카 트레일 완주하기, 아마존 열대 우림 트레킹, 우유니 사막에 가기….

엄마는 그중 아무것도 이루지 못했죠. 그리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요. 이 모든 것을 엄마 대신 해 보는 건 어떨까? 엄마의 못다 한 버킷리스트를 대신 이뤄 보는 건 어떨까?

준비도, 경비도 부족했지만 우선 떠났어요. 제자리에 멈춰 서서 내 삶을 망가뜨리는 것보다는 뭐라도 하는 편이 낫다고 생각했죠. 그것이 엄마가 내게 지금껏 가르쳐 온 삶에 대한 태도라고 생각했어요.

1년간 혼자 17개국을 여행하며 만난 낯선 세상, 낯선 사람들

그렇게 1년간 17개국을 돌며 낯선 세상과 낯선 사람들을 만났어요. 유명한 명소에도 가 보았지만, 봉사활동을 하기도 하고 마음에 드는 곳에 오래 머물며 친구를 만들기도 했어요. 혼자 여행을 하며 위험한 순간이 없었던 건 아니에요. 사막 한가운데서 가이드에게 버려진 적도 있었고 중동에선 내전에 휘말릴 뻔했죠.

그리고 1년간의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나는 알 수 있게 되었어요, 엄마가 왜 그런 얘기를 했는지, 내게 뭘 가르쳐 주고 싶었는지. 위험의 순간에서 벗어나게 했던 것들은 몇천 킬로를 걸을 수 있는 체력도, 정신력도 아니었어요.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단 한 발자국을 내딛는 것이었죠.


후회 없이 이 순간을 사는 법

아주 오랫동안 아이를 가져야 할지 고민했어요. 아이는 참 가지고 싶었죠, 하지만 엄마가 알츠하이머병으로 돌아가셨기에 아이를 낳는 것이 주저되었어요. 내 아이에게 알츠하이머병을 물려줄 수도 있다는 사실이 못내 두려웠거든요. 그래서 마냥 판단을 유보하며 제자리에 머물렀죠.

하지만 이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엄마의 못다 한 꿈을 계기로 떠난 여행은 내게 후회는 한 것들이 아니라 하지 않은 것들에 대해 생긴다는 것을 가르쳐 주었답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어 조금은 내 남편을, 조금은 나를, 그리고 조금은 엄마를 닮은 남자아이를 낳았답니다.

요즈음 엄마가 나를 안고 도닥여 주었던 노란색 흔들의자에 앉아, 같은 방식으로 내 아이를 도닥여 주곤 합니다. 사랑해요, 엄마.

1년간 혼자 여행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결코 몰랐을 삶의 태도들

★퓰리처상 수상자 다이애나 마컴 추천★팝슈가 선정 이달의 책★북라이엇 선정 필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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