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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잡대 나오셨는데 잘 하시네?" '데드풀' 번역가가 악플을 보고 한 말

조회수 2022. 6. 27. 08:19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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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모나 스펙에 대한 편견 가득한 비아냥거림은 사회생활을 하다 보면 흔히 겪게 되는 무례한 경험 중 하나이다. 영화 ‘데드풀’의 재치있는 번역으로 잘 알려진 황석희 번역가도 한 대학의 강연을 앞두고 그런 상황을 겪어야 했다.

팬들과의 소통을 위해 SNS에 만들어놓은 게시판에 누군가 ‘지잡대 나오셨는데 번역 잘하시네요?’라는 조롱 섞인 게시글을 올린 것이다. 황 번역가는 강원대 영어 교육과 출신이었다. 그는 게시글을 읽고 삭제하는 대신 정중한 답변을 달았다.

<데드풀> 공식 스틸컷 중
출처 : 황석희 인스타그램 (drug_sub)

그가 화를 내거나 똑같이 빈정거리며 상대를 대했다면 모욕이 모욕을 낳는 악순환이 반복됐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정중하고 조리 있게 답변을 달았기에 더는 답글이 달리지 않았고 상황은 금세 종료 될 수 있었다.

당연히 황 번역가도 무례한 게시글을 읽으며 화가 나고 기분이 나빴을 것이다. 하지만 기분을 그대로 드러내지 않고 대사를 번역하듯 차분히 이성적인 대응을 했다는 데 배울 점이 있다. 우리도 생각하지 못한 모욕적인 상황을 겪었을 때 그처럼 차분히 상황에 대처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현실은 어떤가!

당장 얼굴이 붉어지고 말문이 막히며 모욕당했다는 수치심에 부들부들 몸을 떨며 격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휘말리게 된다.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해도 예상하지 못한 순간에 불쑥 들어오는 상대의 무례함은 매번 평정심을 무너뜨리는 일격이 된다.

이럴 때, 잘못을 지적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를 자극해 최악의 상황을 만들기 쉽다. 앞서 언급한 황 번역가의 차분한 대응이 통한 건 상대방을 같은 공간에서 마주칠 일이 없고 위계적인 관계를 맺고 있지 않다는 적당한 배경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상대방을 같은 공간에서 마주치고, 위계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 회사에서는 어떨까?


회사에서 무례함을 지적한 대가

아침 회의 시간에 밤을 새워 준비해간 기획안을 발표하는 팀원에게 팀장은 조롱하는 투로 말했다.

“쇼하고 있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그런 건 네가 나중에 회사 차리면 하라고! 뭐 하나 제대로 하는 게 있어야지.”

문제에 대한 논리적인 지적이나, 합당한 대안은 없었다. 팀장의 무례함에 자주 상처받던 팀원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팀장에게 찾아가 자신이 받은 상처에 대해 솔직히 말했다. 진심으로, 정중하게 호소하면 자신의 마음이 통할 거라고 생각했다.

“팀장님 제가 많이 부족한 건 알지만, 저를 너무 함부로 대하는 것 같아 힘듭니다. 저번 회의에서도 제가 낸 제안을 무시하면서 평소에 얼마나 책을 안 읽으면 이런 무식한 제안을 하냐고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셨잖아요. 너무 힘들었습니다.”

잔뜩 긴장된 목소리로 할 말을 마친 팀원에게 팀장은 의외로 담담히 말했다.

“내 말이 그렇게 힘들었어? 내가 성격이 좀 그래. 악의가 있었던건 아니고. 앞으로 조심할게.”

팀장은 더는 모욕적인 말을 안 했지만 필요한 업무 지시나 대화 역시하지 않았다. 회의에서도 눈길 한 번 주지 않았고, 의견을 말하면 알았다고만 할 뿐 거기에 대한 평가나 후속 지시도 없었다. 팀장은 정확히 지적하기 힘든 애매한 지점에서 팀원를 따돌렸다.

투명 인간처럼 자신을 대하는 팀장과 그런 모습을 지켜보기만 하는 방관자들. 결국 팀원은 스트레스로 원형 탈모가 생기고 만성위염에 시달리다 회사를 퇴직해야 했다.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한대 처맞기 전까지는
(왼)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

무례함에 대한 대응을 떠올릴 때마다 나는 권투 선수 마이크 타이슨의 명언이 떠오른다. 타이슨의 말처럼 관계도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내가 아무리 평정심을 유지하며 차분히 대응하고 싶어도 숲속에서 마주친 야생 멧돼지처럼 갑자기 튀어나오는 무섭고 당황스러운 돌발 상황은 마음을 혼돈에 빠지게 한다.

그래서 상대에게 어떻게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것보다 상대의 어떤 도발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맷집을 키우는 일이 선행돼야한다. 

마음의 맷집을 키운다는 건 어떤 걸까? 한마디로 말하면 모욕적인 상대의 말을 무시할 수 있는 마음을 만드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필요한 말은 받아들이고 필요하지 않은 말은 흘릴 수 있는 마음의 유연함을 키워야 한다.

마음을 액체로 만들 때는 연금술사의 주문처럼 마음의 변화를 끌어 낼 수 있는 자신만의 키워드가 필요하다.

내가 사용하는 키워드는
‘부질없다’ 이다.

그가 나를 모욕해도 변하는 것은 없다. 그런데 무엇 때문에 나는 저 사람의 말에 동요해야 하는가?

나는 누군가가 나를 모욕해 화나게 하는 일이 생기면, 부질없다는 말을 새기며 내 마음을 부드러운 액체로 만든다. 사람마다 마음을 유연하게 만드는 액체의 키워드는 다를 것이다.

그 키워드를 찾아내 마음을 액체화시킬 수 있을 때 나는 어떤 오물 같은 말에도 물들지 않을 수 있는 바다 같은 맷집을 갖게 될 것이다.


심리상담 받을 용기가 없었는데 이 책을 보고 엉엉 울어버렸어요.

어떤 오물 같은 말에도 물들지 않을 수 있는 바다 같은 맷집을 당신도 얻을 수 있길 바라며 이 책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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