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어 입력폼

전문직 '중고 신입' 특혜 시비에 결국 달라진 이것

조회수 2022. 5. 23. 06:0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번역중 Now in translation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다양한 분야의 재밌고 유익한 콘텐츠를 카카오 플랫폼 곳곳에서 발견하고, 공감하고, 공유해보세요.

‘세무사 시험은 죽었다.’

2021년 12월 14일 서울 동대문구 한국산업인력공단 정문 앞에 세워진 근조화환에 적힌 문구입니다. 한국산업인력공단은 세무사 시험을 주관하는 기관입니다. 이날 정문 앞에는 세무사 시험의 규정과 운영 방식을 지적하는 문구가 적힌 근조화환 여러 개가 놓여 있었습니다. 근조화환을 보낸 이들은 세무사 시험을 준비하는 수험생들이었습니다.

수험생들은 한국산업인력공단이 세무사 시험에서 세무공무원에게 특혜를 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세무사 시험에 통과하려면 1차와 2차 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세무사법을 보면 국세(관세 제외)에 관한 행정사무 경력이 10년 이상인 사람, 지방세에 관한 행정사무 경력 10년이 이상인 자로서 5급 이상 공무원 또는 고위공무원단에 속하는 일반직공무원으로 5년 이상 경력이 있는 사람 등은 1차 시험이 면제됩니다. 국세(관세 제외)에 관한 행정사무 분야에서 20년 이상 종사한 사람 등은 1차 시험뿐 아니라 2차 시험과목 중 세법학 1부, 세법학 2부 과목을 치르지 않아도 되죠.

이런 부분에서 공정성 문제가 제기되자 결국 정부가 세무사 시험 제도 개선하고 지나친 전관예우를 막겠다고 나섰습니다.

영화 ‘어카운턴트’ 스틸컷

그동안은 세무사 시험에 어떤 불공정이 있었는지 시험 과목을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제1차 시험에서는 객관식 5지택일형으로 재정학·세법학개론·회계학개론을 봅니다. 상법(회사편)·민법(총칙)·행정소송법(민사소송법 준용규정 포함) 중 하나를 택해 총 4개 과목을 치릅니다. 1차 시험에 통과하면 2차 시험에 응시할 자격이 주어지는데요, 과목은 1차와 마찬가지로 4개입니다. 회계학1부(재무회계, 원가관리회계)·회계학2부(세무회계)·세법학1부(국세기본법·소득세법·법인세법·상속세 및 증여세법)·세법학2부(부가가치세법·개별소비세법·조세특례제한법·지방세법·지방세기본법·지방세징수법 및 지방세특례제한법 중 취득세, 재산세 및 등록에 대한 등록면허세) 시험을 치릅니다.

◇면제까진 몰라도 난도 조절은 왜?

형평성 논란은 이 지점에서 시작됩니다. 세무공무원 경력을 인정해준다 하더라도, 세무공무원이 면제받는 2차시험 과목의 난도가 지나치게 높아 간접적으로 이들에게 혜택을 준 것이나 다름 없다는 지적이 수험생들 사이에서 나옵니다. 2021년 세법학 1부 과락률은 82.13%였습니다. 2021년 세무사 2차시험을 본 일반 수험생들 10명 중 8명 이상이 커트라인을 넘지 못해 과락했다는 이야기입니다. 2차시험 4과목 중 단 하나라도 과락이 나면 불합격입니다.

2021년 2차시험에 응시한 4597명 가운데 3891명이 불합격 통보를 받았는데요, 이중 3200명이 세법학 1부 과락으로 떨어졌습니다. 그보다 1년 전인 2020년 세무사 2차시험 세법학1부 과락률은 30.6%였습니다. 1년 만에 과락률이 50%포인트 이상 오른 거죠. 많은 수험생이 “출제 기관이 세무공무원에게 유리하도록 세법학 시험은 어렵게 내고, 회계학 시험은 쉽게 출제했다”고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2021년 시험에서 전체 합격자 3분의 1이 세무공무원 출신 수험생이었죠.

논란 이후 한국산업인력공단은 고용노동부에 감사까지 받았습니다. 2022년 4월 4일 노동부가 2021년 제58회 세무사 자격시험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감사진은 출제 기관 측이 세법학 과목 문제를 일부러 어렵게 냈다거나 문제가 사전에 유출됐다는 의혹은 사실이 아니라고 밝혔습니다. 다만 채점위원이 같은 내용이 담긴 답안에 다른 점수를 주는 중 채점의 일관성이 부족했다고 지적했습니다. 중요한 쟁점이었던 의혹이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지면서 공단은 기관경고 조치를 받는 데 그쳤습니다. 출제위원이나 채점위원은 어떤 징계도 받지 않았죠.

여수시-여수이야기 유튜브 캡처

◇통합→구분 선발에 난도 감안···‘절반의 성공’

2021년 시험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수험생들은 고용노동부 감사 결과에 아쉬움을 표했습니다. 다만 달라진 것도 있습니다. 기획재정부가 5월 20일 세무사 시험 공정성 제고를 위한 세무사 시험 제도 개선 및 전관예우 방지를 위한 공직퇴임세무사 수임제한 등을 규정하기 위해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마련하고 나섰습니다.

개정안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앞으로 세무사 시험 최소합격인원이 모두 일반 응시자에게 배정됩니다. 그간 세무사 시험에선 최소합격인원(현재 700명)을 정한 뒤 일반 응시자와 국세경력자 구분 없이 최소합격인원 수만큼 합격자를 선발했습니다. 앞으로 국세경력자는 최소합격인원과 상관없이 따로 뽑습니다. 쉽게 말해 세무공무원 합격자가 얼마가 더 나오든 일반 수험생과는 상관이 없게 됐다는 말입니다.

특혜 논란이 나오지 않게 국세경력자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규정도 추가됐습니다. 앞으로 국세경력자는 과목별 난도를 감안한 조정 커트라인 점수를 넘어야 시험에 합격할 수 있습니다. 국세경력자는 2차 시험 4과목 중 회계학 2개 과목만 시험을 봤는데, 개정안에서는 회계학 시험 난도에 따라 경력자 커트라인을 정하는 장치를 마련했습니다. 조정 커트라인 점수는 일반 응시자의 회계학 2개 과목 평균점수를 일반 응시자의 전 과목 평균점수로 나눈 뒤 일반응시자 커트라인 점수를 곱해 산정합니다.

2021년 세무사 시험 시행 공고문. /공고문 캡처

이 기준으로 2021년 2차시험 조정 커트라인 점수를 계산해보면 얼마가 나올까요. 일반 응시자 회계학1·2부 평균 점수는 52.5였습니다. 일반 응시자의 전체 과목평균점수는 43.75였습니다. 회계학 1·2부 난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는 뜻입니다. 이를 나눠 일반 응시자 커트라인 45를 곱하면 국세경력자 커트라인 점수는 54점이 나옵니다. 일반 응시자의 회계학 과목 점수가 전체 과목 점수보다 높았으니 경력자 커트라인 점수도 함께 높아진 것입니다. 회계학 과목 난도가 오르면 조정 커트라인 점수가 내려가고, 난도가 내려가면 올라가는 반비례 관계가 됩니다.

세무사 시험 자체 규정 말고도 공직에 있다가 퇴임한 세무사의 수임제한 제도도 바뀝니다. 공직퇴임세무사는 본인이 근무한 국가기관에 대해 수임제한이 적용됩니다. 앞으로는 수임제한 범위가 해당 기관의 소속기관까지 넓어집니다. 또 수임이 제한되는 사무 범위도 조세 관련 처분과 조사 등으로 최대한 폭넓게 규정하기로 했습니다.

이 같은 규정안은 입법예고, 국무회의 등을 거쳐 오는 2022년 9월 중 공포, 시행될 예정입니다. 세무사 시험 관련 개정안은 2023년도 시험부터 적용됩니다. 공직 퇴임 세무사 관련 규정은 2022년 11월 24일부터, 기타 사항은 공포일부터 시행됩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이 콘텐츠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