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취해서 집 못가" SK하이닉스 직원이 감동받은 이유

조회수 2022. 4. 7. 16:22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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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사 사무실 의자 ‘의자계의 에르메스’로 교체
성과급 별도로 기본급 200% 축하금도

최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SK하이닉스 직원이 글을 올렸습니다. 게시물 제목은 ‘오늘 취해서 나 집못가’였는데요,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글을 본 작성자가 감동받아 쓴 게시물이었습니다.

SK하이닉스 직원이 블라인드에 올린 게시물. /블라인드 캡처

반도체 제조업체인 SK하이닉스는 3월26일 SK그룹 편입 10주년을 맞았습니다. 1949년 국도건설로 시작해 1983년 현대전자산업으로 이름을 바꿨고, 2001년 3월부터 하이닉스반도체라는 상호를 썼습니다. 2012년 2월 SK텔레콤이 최대주주로 올라선 이후 같은 해 3월 SK하이닉스로 사명을 변경했습니다. 2022년 3월 31일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출범 10주년 기념 행사를 열기도 했죠.

최태원 SK 회장은 SK하이닉스 출범 10주년 행사에서 영상 메시지를 통해 “10년 전 불확실성을 딛고 지금 SK하이닉스는 세계 초우량 반도체 기업으로 성장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를 가능하게 해준 구성원 모두는 내 삶에 별과 같은 존재”라며 직원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습니다. 사측은 행사에서 “2021년 성과와 구성원 노고를 격려하고 함께 축하하는 의미를 담아 특별축하금을 지급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는데요, 사업부와 상관 없이 3월 31일 SK하이닉스 전 직원이 기본급 200% 수준의 특별축하금을 지급받았습니다.

특별축하금뿐만이 아니었습니다. 행사 이후 SK하이닉스 온라인 사내 게시판에는 출범 10주년을 맞아 복지 혜택을 강화한다는 공지가 올라왔습니다. 사측은 1주일 40시간을 기준으로 2주간 80시간 이상 근무한 직원 대상으로 월 1회 금요일에 휴무를 부여하는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쉽게 말해 2주간 정상적으로 근무하면 한달에 한번 금요일에 쉴 수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해피 프라이데이는 수년 전부터 SK그룹 일부 계열사에서 도입하고 있는 복지 혜택입니다. SK텔레콤은 2020년 1월 매월 3째주 금요일을 휴무일로 정하고 한 달에 한 주는 주4일 근무를 하고 있죠. 징검다리 연휴가 있을 때는 탄력적으로 휴무일을 바꿔 직원이 3일 이상 쉬고 사무실로 돌아올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SK하이닉스를 비롯한 여러 그룹 계열사 직원들이 SK텔레콤의 해피 프라이데이 제도를 보고 부러워했는데요, 이제는 하이닉스 직원들도 같은 혜택을 누릴 수 있습니다.

200만원대에 팔리는 허먼 밀러의 ‘에어론’. /허먼 밀러 홈페이지 캡처

◇전사 사무실 의자 ‘허먼 밀러’로 교체

창립 기념일을 맞아 특별축하금을 지급하거나 복지 증진 차원에서 부분적 주4일제를 도입하는 건 다른 대기업이나 IT기업에서도 종종 볼 수 있는 일입니다. 하지만 이번 SK하이닉스에서 발표한 새로운 복지 혜택 중 직원들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이 나온 건 다름 아닌 의자 교체였습니다.

SK하이닉스는 전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의 사무실 의자를 의자계의 명품, 의자계의 에르메스로 불리는 미국 브랜드 허먼 밀러(Herman Miller)로 교체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고급 사무용 의자를 만드는 허먼 밀러의 의자는 저렴한 모델 가격이 100만원이 넘습니다. 가장 많이 팔리는 ‘에어론’ 가격은 200만원대입니다.

긴 시간 책상 앞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일해도 다른 의자에 앉을 때보다 목이나 허리에 부담이 가지 않는다는 이유로 많은 직장인이 허먼 밀러 의자를 찾습니다. 네이버나 카카오가 사무실 의자로 허먼 밀러 제품을 쓰고 있고,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 사옥에서 근무하는 직원들도 같은 브랜드 의자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SK하이닉스도 경기도 분당 사옥에서는 허먼 밀러를 사무실 의자로 썼는데요, 이번에 전국 사업장으로 도입을 확대합니다. 삼성전자에서 반도체사업을 맡고 있는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 직원들은 커뮤니티에서 SK하이닉스 직원들에 대해 부러움을 나타내고 있죠.

◇2021년 초에는 “삼성전자가 답”···이제는 ‘갓닉’?

사실 불과 1년 전만 해도 SK하이닉스는 임직원 사이에서 성과에 대한 보상이 너무 박하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반도체 업계 호황으로 2020년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5조원을 기록했습니다. 2019년 2조7000억원보다 2배 가까이 올랐죠. 같은 기간 삼성전자의 영업이익 증가세는 30%에 그쳤습니다. 2021년 초 삼성전자 반도체(DS) 부문 직원은 연봉의 47%를 사업부별 초과이익성과급으로 받았습니다. 하지만 SK하이닉스 직원들은 삼성의 초과이익성과급 격인 PS(초과이익배분금)로 연봉의 20% 수준밖에 받지 못했죠.

YTN News 유튜브 캡처

SK하이닉스 직원들은 반발했습니다. 저연차 직원들은 사내 커뮤니티에서 “취업준비생 때 공채설명회에 가면 인사팀이 무조건 삼성전자에 준하는 보상을 받을 수 있을 거라 말했다”, “다른 게 아니라 이런 게 바로 취업사기다”라는 등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4년 차 사원이 사장을 포함한 전 직원에 성과급 산정 기준을 알려달라고 메시지를 보내는 일도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로 이직하는 게 답”이라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내부 불만이 커지자 결국 SK하이닉스에서 급여를 받는 최태원 회장이 공개적으로 사과했습니다. 최 회장은 “SK하이닉스에서 받는 연봉을 모두 반납해 구성원에게 돌려주겠다”라며 직원 달래기에 나섰습니다. 실제로 최태원 회장은 2021년 SK하이닉스에서 급여를 받지 않았습니다.

2022년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SK하이닉스는 2021년분 성과급을 연봉의 50%로 책정해 지급했습니다.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와 파운드리(비메모리)사업부와 같은 수준이죠. 사측은 2021년 말에도 정기 성과급과 별도로 사상 최대 매출 기록과 미국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인수 등을 기념해 특별 성과급으로 기본급의 300%를 지급했습니다. 불과 3개월 사이 파격적인 성과급 지급과 복지 혜택 도입으로 이제는 신의 직장 하이닉스를 의미하는 ‘갓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습니다. 신(God)과 하이닉스(Hynix)를 붙인 말입니다.

◇‘연봉 불만’ 삼성전자···“우리는?”

이번에는 삼성전자에서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삼성전자 노사는 2021년 10월 시작한 임금협상을 6개월이 지난 2022년 4월까지 끝내지 못했습니다. 삼성전자 4개 노조가 꾸린 공동교섭단은 원래 연봉 1000만원을 일괄 인상하고, 영업이익의 25%를 성과급으로 돌려달라고 요구했습니다. 하지만 사측이 노조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자 기본급 정액 인상과 성과급 지급 기준 변경 등으로 요구안을 축소했습니다.

삼성전자에서는 “우리도 SK하이닉스처럼 이재용 회장에게 구성원이 만족할 만한 적절한 보상안을 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최근 한종희 삼성전자 부회장 등 경영진이 임직원 소통 행사를 열고 임금이나 복지 혜택 등에 관해 직원들과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한 회사에 충성하지 않고 근무환경이나 보상에 따라 자유롭게 이직하는 문화가 퍼지면서 업계에서는 조만간 삼성전자에서도 직원 달래기용 복지 혜택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글 jobsN 송영조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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