탕웨이에게 중국어 과외를 받았는데..무서웠다는 한국배우

조회수 2022. 7. 4. 09:3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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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l터뷰!) 영화 <헤어질 결심>의 박찬욱 감독을 만나다

올해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인 영화 거장임을 입증한 박찬욱 감독과 영화 <헤어질 결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를 나눠봤다.

-영화 너무 잘 봤고 늦었지만 칸 영화제 수상을 축하드린다. 어떻게 이 작품을 기획하시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BBC의 <리틀드러머걸>을 작업했던 것이 영향을 주었다. 그 작품은 영국에서 만들었지만 그리스, 체코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최선을 다해 만들었지만, 극장에서 많은 이들에게 선보이지 못했다는 점이 너무나 아쉬웠다. 그러다 보니 갑자기 한국어가 나오는 우리 영화를 작업해 보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리틀드러머걸>이 정치,사회적 메시지를 담은 작품이다 보니 이번에는 그러한 논란이 없는 수수한 형태의 작품을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러다 런던에서 후반 작업 중 이 영화에 대한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되었고, 정서경 작가를 불러 함께 이 영화에 대해 기획을 하게 되었다.

-<헤어질 결심>에 대한 호평이 많은데 기억에 남는 국내외 평가가 있으신지 궁금하다.

우선 리뷰가 재미있었다. 해외 매체들이 이 영화에 대해 시적이고, 본인의 개성이 잘 드러났다고 언급했다. 그 리뷰를 읽을 때마다 '이 사람들 시집내면 내가 꼭 사줘야지'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웃음) 가장 기억에 남는 리뷰는 가디언이 언급한 말로 '알프레드 히치콕 영화를 연상케 하지만 히치콕 영화를 보지 않고 만든 것 같다'라는 말이었다.

-제작보고회에서 정훈희 가수의 '안개'를 트윈폴리오도 불렀다는 사실을 알게됐을 때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하셨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으로 '안개'의 어떤 부분이 <헤어질 결심>을 만들게 된 계기가 되었는지?

정훈희는 어려서부터 좋아한 가수였다. 그런데 트윈폴리오의 송창식 선생 버전을 들어보니 너무나 신선했다. 내가 영화 일을 하고 있지만, 내 감수성을 키워준 여러 가지 것들 중 하나였다. 가사에서 '안갯속의 눈물바다, 눈물을 감추어라'라는 부분이 인상적 이다. 물론 안개 자체도 있지만 그 불분명한 것을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그 가사를 들으면서 여러 가지 혼란스럽고 불분명한 것을 똑바로 보려고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었다.

-4년전 JTBC 방송국의 '방구석 1열'에서 정서경 작가님이 감독님 차기작 <헤어질 결심>에 대해 언급하는 대목에서 '고문 장면이 있을 수도 있을거 같다'라고 한 말이 있었다. 그래서 다들 이 작품이 수위가 쌘 영화가 될 거라 예상했는데, 정반대였다. 원래 기획하신 대본에는 고문 장면과 같은 설정이 있으셨는지?

전혀 없었고 정서경 작가가 왜 그런 말을 했는지는 한번 따져 봐야겠다.(웃음) 내 생각에는 그 당시 느낌으로는 '저 인간이 어디 가겠어'라고 한 말을 장난스럽게 한 거 아닌가 생각한다.(웃음)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좋은 연기를 펼쳐서 나를 놀라게 한 배우 연기와 해당 장면이 있다면 어떤 장면이었나?

많은 순간이 있는데, 별것도 아닌 장면에 그런 감탄을 한적이 있었다.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가 해준(박해일)의 집 벽에 잔뜩 붙여진 사진을 보면서 '개미가 사람을 먹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너무나 무심하게 느껴지는 대사인데, 나는 이 무심한 말이 서래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를 잘 보여준 장면이라 생각했다. 사람이 죽었고, 더군다나 자기 남편이 죽었는데 감정의 동요없이 말한다. 그런 서래의 성격을 잘 표현한 탕웨이의 무심한 대사 연기가 압권이었다. 그리고 박해일이 탕웨이가 한 '해준의 심장을 갖고싶다'라는 말의 진심을 듣고 해준의 박해일이 길게 감탄사를 선보인다. 원래 각본에는 '아…'라고 줄하나 그은 거였는데, 박해일이 그것을 장난기 있게 표현했다. 그냥 해준이 아닌 박해일의 해준으로 표현한 것 같아서 재미있었다.

-박해일과의 첫 작업이었다. 그의 어떤 면모가 이 작품에 드러나길 바랬나?

인품이 훌륭한 사람들의 공통점이 있다. 탕웨이는 가만히 있으면 속에 뭐가 들어 있을지 궁금하고 신비스러운 배우다. 박해일은 전부 다 드러나는 투명한 사람이다. 감출 것이 없는 사람이라고 해야할까? 그 영혼이 얼마나 맑은지를 조금만 친해지면 알수있다. 그것을 보고 박해일을 보고 감탄하는 이유는 생각이 엉뚱하고 나름대로의 상투적인 생각을 추종하려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밥 먹으며 이야기하면 독특한 의견을 밝힐 때가 많았다. 그점에서 가끔 놀랄 때가 있으며, 해준에게서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나길 바랬다.

-제목 <헤어질 결심>이 독특하게 다가온다. 이 제목의 탄생 비화가 있다면?

정서경 작가와 각본을 함께 쓰면서 나오다 걸린 단어였다. <아가씨> 때는 '숙희가 히데코에게 이런 말을 할 수 있잖아?'라고 할때 나온거라면, 각본을 쓰면서 여기서 해준이 '헤어질 결심을 하겠지?' 라고 생각하다가 떠올라 제목으로 쓰게 되었다. 사실 제일먼저 생각난 것은 '살 뺄 결심' 이었다.(웃음) 나에게 아주 절신한 것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잘 안돼지 않은가?(웃음) 이왕이면 관객이 생각하고 궁금하게 한 제목으로 하고 싶어서 이 제목으로 했다. 많은 이들이 독립영화 제목 같다고 해서 차라리 <결심>으로 제목으로 바꾸자고 말했다.

-박해일 배우의 해준이 너무 품격있게 등장해서 왠지 이 캐릭터 처럼 되고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두 캐릭터의 사랑 이야기인 동시에 인간에 대한 예의와 품격에 대한 메시지도 깊이있게 다가왔다. 해준 캐릭터의 독특한 설정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 감독님만의 주제는 무엇이었나?

사실 나도 내 자신이 이렇게 되고 싶다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그런데 다들 이기적이고 세속적이며 경박하다고 느껴질 때가 있지 않나? 현대의 사람들은 그런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은 시대에 살고있다. 그런 시대 속에 멸종 동물처럼 나오고 모범적인 영화면 재미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 어떻게 흔들리고, 어떻게 품위를 잃어버리는지를 그 사람의 고통이 어떻게 그려질지 보여주고 싶었다.

-김신영 씨가 촬영하면서 박해일 배우와 같이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참았다고 말하시더라.(웃음) 자신이 그렇게 코미디언으로서 가벼운 모습을 보여주면 이 다음에 연기를 하게 될 코미디언 후배들에게도 다 그런 생각을 심어줄까봐 걱정해서라는데 예상보다 훨씬 진지하게 연기에 임하셨던 것 같다.

김신영씨는 실제로도 프로페셔널했다. 특히 관촬력, 다른 사람의 모습을 따라하고 핵심만 표현하는 모습이 인상적 이었다. 그런 핵심을 파악하는 능력을 보고 나는 그녀가 천재라고 생각했다. 그런 사람이라면 충분히 멋있다는 게 느껴졌다. 현장에서 물론 본인은 눈치가 보였고, 주눅 들었다고 말했는데, 내가 보기에는 처음부터 너무 잘했다. 카메라 앞에서 얼지도 않았고, 상대 배우와 자연스럽게 주거니 받거니 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 이었다. 그 점에서 봤을 때 경험 많은 배우였다고 생각한다.

-탕웨이와 박해일, 두 배우는 감독님이 그리신 그림과 어느 정도 부합했나? 두 배우에게서 발견한 의외성이 있다면?

박해일 배우는 봉준호, 송강호 배우와 작품을 많이했기에 그런류의 작품 작업을 잘해왔다. 이 작품은 기존 본인의 작품과 많은 차이가 있었던것 같은데 의외로 잘 해냈다. 탕웨이도 잘해주었다. 한국어를 열심히 배우려는 모습이 좋았는데, 특히 언어 습득력이 좋다라는 것이었다. 중국 영화계 관계자로부터 광둥어를 빨리 배우는 탕웨이가 전무후무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이야기를 듣고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서 후시녹음 작업을 했는데, 보통 일반 배우들은 녹음실에 30분만 있어도 힘들고 두통이 나기 마련인데, 거기서 몇시간 나올 생각없이 한 대사를 100번 이상 하는 것이었다. 그렇게 일하면서도 짜증 한번 안내는 모습이 너무 놀라웠다.

-감독님과 함께 마침 깊은 인연이 있는 송강호 배우도 칸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해서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을것 같다. 이동진 평론가와 가진 인터뷰 영상에서 황금종려상을 내심 기대했다고 하셨는데, 칸 영화제 수상 관련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다면 듣고 싶다.

황금종려상을 기대한 이유는 평점이 높고 외신 기자들이 와서 인터뷰를 할 때마다 그런 이야기를 하니 사람도 욕심이 들기 마련이더라.(웃음) 그래서 그런 일이 벌어지려나 안 했다 하면 거짓말이었을 것이다. 강호씨의 이름이 호명되었을 때, 사실 그 직전부터 박해일 이름이 불리기 고대 했었는데, 송강호 라고 하니까, 나도 모르게 박해일의 존재를 잊어 버렸다.(웃음) 나도 모르게 송강호에게 달려가서 포옹하고 왔는데, '아 참, 박해일이 있었지' 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참 미안하게 생각했다. (웃음) 아무튼 강호씨와 포옹 했을때는 감동스러웠다.

-두 주연 배우 외에도 신의한수 같은 캐스팅으로 명품 조연 배우들의 활약도 돋보인 작품이었다. 특별출연한 박정민 배우를 비롯해 이정현, 고경표, 박용우, 정이서 그리고 김신영 배우의 캐스팅 등등이 놀라웠는데, 이 배우들 캐스팅, 연기와 관련한 비하인드를 듣고 싶다.

박용우를 이야기하자면 영화 <달콤 살벌한 연인> 때부터 좋아했다. 그 작품은 두번 봤는데도 재미있더라. 그런 유머를 가진 사람, 감각을 가진 사람은 좋은 배우다. 오래전에 송강호, 신하균, 정재영과 같이 술자리를 한 적이 있어서 인연이 되었다. 짧게 나왔지만 자기 몫을 충분히 해내 주었는데, 연기하고 나서 쑥스러워 하는 모습이 더 재미있었다.

이정현 씨는 단편영화 <파란만장> 때부터 신세를 져서 은인이라고 생각했다. 연기를 너무 잘한 배우다. 이런 경우에는 참 탁월했다. <꽃잎>때는 물론이며 가수로서의 퍼포먼스를 봐도 참 좋았다. 그런데 막상 만나면 정말 평범한 생활인 같았다. 이런 사람이 그 대단한 일들을 해낸것이 정말 대단했다. 특히 극중 석류청 만드는 장면에서 남성 호르몬에 대해 언급하는 장면이 있다. 그때 이정현의 말 없는 시선이 참 재미있었다. 몇 프레임이라도 더 담아내고 싶었다. 지금도 그 장면은 볼 때마다 빵 터지게 된다.

왼쪽부터 고경표,정이서,박해일 배우

정이서 배우는 <기생충>에서 천연덕스럽게 어린 나이에 연기를 잘해서 놀라운 연기였다고 생각했다. 미안한 것은 그 배우가 재미있게 연기한 장면이 있었는데 편집으로 담아내지 못했다. 강력반 회식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에서 해준이 서래 집에서 눈여겨 본 위스키가 생각해서 정이서에게 술 심부름을 해 사오게 한다. 그리고 나서 정이서가 술을 사왔는데, 해준이 한 병은 너희들 마시라고 준다. 그걸 본 어린 형사들이 술을 받으며 비싼 위스키 마신다고 좋아하는데, 그러면서 춤추며 좋아하는 장면이 있다. 거기서 정이서가 빛났는데 참 미안했다.

영화 <혼자사는 사람들>의 서현우

서현우 배우는 꼭 언급하고 싶다. <남산의 부장>에서 처음 봤는데, 전두환 연기를 보면서 잘하는건지, 못하는건지 묘한 기분이 느껴졌다.(웃음) 그게 참 좀 잡을수 없는 태연한 연기여서 재미있게 다가왔다. 지금은 그게 잘하는 연기라고 생각했다. <남산의 부장들> 끝나고 뒤풀이에서 무슨 생각으로 그 연기를 했는지 함께 이야기를 나눴고, 이번 <헤어질 결심>에서는 오디션을 통해 뽑았다. 등장할때 마다 다른 패턴의 연기를 선보여서 너무 신기했다. 그런데 그럴때 마다 김신영이 받아쳐주는게 너무 기가 막히고 재미있었다. 두 사람이 긴 대사를 서로 받아치는 모습이 너무 대단했고, 나중에 배우들도 그 장면에 감탄해서 끝나고 나서 크게 박수를 쳐주었다.

참고로 서현우가 중국어를 하는 장면이 있는데, 그 장면 촬영전에 탕웨이가

이리 오세요"

라며 지도를 해줬다.(웃음)탕웨이가 무서운 중국어 선생님 역할을 해서 서현우가

안가면 안될까요"

라고 무서워 하더라.(웃음) 그럴때 마다 박해일이 '언제 탕웨이에게 중국어 배워보겠냐'라며 다독여 줬다.

고경표는 젊고 잘생겼는데 연기도 잘하는 데다가 자기가 어느 위치에 있어야 하는지를 잘 아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다. 보통 자기가 나온 장면에서 어떻게든 돋보이려는 젊은 배우들이 있는데, 고경표는 그런 주목을 끌려고 하지 않는 연기자다. 적당하게 연기할 줄 아는 프로여서 참 좋았다. 박정민은 이전 작품인 <일장춘몽>에서 함께한 인연이 있어서 특별출연하게 되었다. 짧은 출연인데도 불구하고 열심히 해줘서 참 고마울 따름이다.

-요즘 눈여겨 보는 영화나 배우가 있다면?

독립영화중 <좋은 사람> 이라는 작품이 있다. 그 작품을 좋게 봤다. <베네데타>, <퍼스트 카우>가 좋았으며, 그리고 최근에 기예르모 델 토로의 <나이트 메어 엘리>를 극장에 봤는데 '이게 영화지!' 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더라.(웃음) 극장에서 보면 즐거움이 가득한 영화였다. 배우는 드라마 <파친코>의 김민하를 굉장히 인상깊게 봤다.

헤어질 결심
감독
박찬욱
출연
탕웨이, 박해일, 이정현, 박용우, 고경표, 김신영, 박정민
평점
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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