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데 지금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심리는?

조회수 2022. 8. 17. 14:3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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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왕래가 없던 친구가 어느 날 불쑥 한밤중에 전화가 걸려왔어요. "왜, 무슨 일이야?"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더니 시답지 않은 이야기만 합니다. 긴 수다 끝에 친구가 제게 묻더군요.

너, 행복하니?

순간적으로 대답이 나오질 않았어요. 오히려 친구가 대답하더라고요.

난 행복해, 누가 물어보면 나 자신 있게 행복하다고 대답할 수 있어. 그런데, 행복한데 그냥 지금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아. 난 뭐가 문제일까?


친구는 직장도 잘 다니고 가정도 꾸리고 집도 있고 아이들도 잘 자라는 중입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큰 사고를 당할 뻔합니다.

아슬아슬했던 그 절체절명의 순간에, 친구는 문득 생각했습니다. 아, 나 그냥 이대로 죽어도 괜찮을 것 같아.

왜? 난 열심히 살았는데. 나도 알고 너도 아는데. 난 행복한데. 왜? 난 뭐가 문제지? 친구는 슬픔과 무기력이 아니라 위화감과 의문을 들고 저를 찾아왔습니다.

친구의 말은 '나는 지금 죽어도 괜찮아 이 삶이 끝나도 여한이 없을 만큼 최선을 다해 살았고, 만족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이대로 죽는 것이 더 홀가분할 것 같았어'에 가깝지요.

내가 나 자신에게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만큼 힘들다고 말하고 있는 거예요. 그런데도 문제가 없다니, 그럴 리가요. 어딘가에 분명 문제가 있는 것이죠.


친구의 생각을 다시 살펴봅니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역할을 다 하고 있다. 엄마, 아내, 딸, 직장에서는 중간관리자…네, 우리는 이 말이 진실임을 알고 있습니다. 나는 열심히 살고 있다. 역시 이 말도 진실이라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행복하다는 것은 만족한다는 뜻이거든요. 일반적으로 행복이란 감정적으로 흡족한 기분을 느끼는 것만이 아니라, 나의 삶이 적절하게 나아가고 있다/잘못되지 않았다는 자기 삶에 대한 가치 판단까지 결합한 것을 의미합니다.

결론에 비추어보면 아마 제 친구가 '나는 자신 있게 행복하다 말할 수 있다'고 하는 것은 지금 느끼는 만족감 때문이라기보다 자신의 삶에 대한 가치 판단 때문일 것 입니다.

'내 인생에 나에게 주어진 역할이 있는데, 내가 그것을 엄청나게 잘한다고까지는 못해도 그 역할에 모자람 없도록 애쓰고 있습니다.'


그러나 '나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열심히 하고 있어서
자신 있게 행복하게 말할 수 있다’에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빠져 있습니다.

바로 ‘나 자신’입니다.

이 문장 속에서 ‘자신’은 두 번이나 등장합니다. 하지만 문장 뒤에 숨은 진짜 의미는 어떨까요? 주어진 역할은 말 그대로 나에게 기대되는 역할, 해야 할 일의 집합이지 나 자신이 아닙니다.

사회 속에서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 스스로가 나를 어른에 걸맞다고 평가하는지와 별개로, 나의 일상에 타인에 대한 그리고 타인을 위한 많은 의무를 무척 많이 포함하게 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그 의무들이 모여 나의 하루하루, 나의 삶을 구성하는 것이지요. 그러다 보니 자기 자신은 없어지는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그냥 단순하게 오늘 하루 나만을 위해 쓴 시간이 있었나?라고 물어보았을 때, 그 시간이 점차 줄어드는 것이 사회 속 어른의 삶이 아닐까 싶습니다.


문제가 많아도 괜찮아, ‘자신’있다면

어떤 물음은 내 삶 속에서 나를 돌보아야 할 의무를 촉구하기 위해 찾아오는 물음일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우리가 정말로 ‘자신있게’ 행복하다고 말하고 싶다면, 먼저 우리 자신을 돌보는 의무를 우리의 일상 속에 포함해주어야 합니다. 공허한 행복을 채우는 것은 자기 자신을 돌보는 수고를 동반합니다.

당신을 당신으로서 살리고, 다른 사람의 삶에 기여할 수 있도록, 자기 삶의 기쁨을 공허하지 않게 느낄 수 있도록 당신 자신을 돌볼 에너지를 당신의 일상 중에 아주 조금이라도 남겨주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내 삶을 관통하는 철학자들의 대답

책 《인생에 한 번은 나를 위해 철학할 것》은 소크라테스, 도가 등 18명의 위대한 철학자들이 각자의 살아있는 지혜로 삶의 물음에 대해 정교하게 질문하고 답해주는 책입니다.

  • 나는 좋은 사람일까요?
  • 나만 외로움을 극복하지 못하는 걸까요?
  • 인생의 길을 이렇게 걸어가는 게 맞을까요?

어떻게든 삶의 힌트를 알려주는 철학, 우리가 철학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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