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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원 다녀도 점수 안나온다는 AI면접, 실제로 해보니..

조회수 2020. 9. 24. 11:1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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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준생 인생 결정한다는 AI면접, 실제로 해보니..

2019년 하반기 약 170개 기업이 AI 면접 도입

정보 부족한 취준생 노린 AI 면접학원도 등장

“AI(인공지능) 면접 어떻게 준비하세요?” 요즘 취업준비생(취준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카페에 자주 등장하는 질문이다. 채용 과정에서 AI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많아서다. KT, 롯데 그룹 등이 채용 과정에 AI를 도입해 서류전형, 인·적성 등에 적용했다. 인천국제공항공사, KB국민은행, LH 한국토지주택공사 등은 2019년 하반기에 AI 면접을 도입했다.  


현재 가장 많이 사용되는 AI 면접 프로그램은 마이다스아이티의 '인에어'(inAIR)'다. 마이다스아이티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 채용에서 약 170개 회사가 채용 과정에 인에어 시스템을 활용했다. 마이다스아이티의 AI 면접은 자기소개와 기본질문, 성향파악, 상황대처, 보상선호, 전략게임, 심층대화, 맞춤질문으로 구성돼있다. 성향파악은 인성검사로 생각하면 쉽고, 전략게임은 온라인으로 게임을 수행하는 과정이다. 이외에는 일반 면접처럼 질문에 대해 답을 하는 형식이다.

출처: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AI 면접 평가단계

◇실제 면접만큼이나 부담스러운 AI 면접


AI 면접의 가장 큰 장점은 효율성이다. 인터넷이 연결되는 컴퓨터·노트북, 캠, 마이크만 있으면 어디서나 면접을 진행할 수 있다. 또한 대면 면접과 달리 면접관의 개인적인 성향이 개입할 수 없고, 일괄적인 기준으로 지원자를 판단한다. 


하지만 취준생 입장에서는 채용 전형이 한 단계 더 추가된 것과 다름없다. 2019년 AI 면접을 5번이나 응시한 최씨(27)는 “AI 면접 전형이 사실상 불필요한 과정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처음 AI 면접을 응시할 때는 1차 면접을 대체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 집에서도 응시할 수 있어 편하기는 했지만, 사실상 공채가 몰리는 시즌에 결국 또 시간을 투자해서 준비하고 응시해야 하는 것은 마찬가지였다.” 


실제 면접보다 AI 면접이 더 부담스럽고, 거북하다는 취준생도 있었다. 올 하반기에 처음으로 AI 면접에 응시했던 남씨(25)는 “AI 면접을 보는 내내 시선 처리를 어떻게 해야할 지 생각하다가 오히려 더 부자연스럽게 면접에 응했다”고 했다. “AI 면접은 미세한 눈 떨림까지 감지한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었다. 눈동자가 떨리면 ‘긴장, 불안’ 등으로 인식된다고 해서 계속 신경이 쓰였다. 결국 답변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그 회사 공채에서 탈락했는데, AI 면접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아쉬웠기 때문에 계속 생각이 난다.” 


취준생 임씨(27)는 AI가 지원자를 평가한다는 것 자체에 대한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AI가 지원자들을 평가하는 게 거북하다”고 말했다. “면접 때는 긴장하거나 떨어도 내가 느끼는 감정이 면접관에게도 생생히 전달되는데, AI 면접은 당시의 상황이나 감정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 비인간적이라 생각하고, 또 이런 경향이라면 정말로 머지 않은 미래에 기계가 인간을 대체할 것 같아 무섭기도 하다.” 


◇취준생들, “AI 면접에 대한 정보 너무 부족해” 


취준생들은 AI 면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AI 면접의 문제로 꼽았다. 10월 처음으로 AI 면접을 본 정씨(26)는 “AI면접을 봤던 친구들에게 물어봤는데, 답변이 다 제각각이라 누구 말을 들어야 할 지 몰라서 답답했다”고 말했다. 정씨는 “평가 기준 등에 대해서 명확하게 알지 못하다 보니까 어떻게 면접을 임해야 할 지 몰라 막막했었다”고 덧붙였다. 


“정보가 부족해 친구들의 후기에만 의존했는데, 다들 말이 달랐다. 답변하면서 계속해서 카메라를 쳐다보는 게 제일 중요하다는 친구도 있었고, 웃는 표정이 제일 중요하다는 친구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도 뭐가 중요한 지, 어떻게 AI 면접으로 봐야 하는지 모르겠다.”

출처: 네이버 검색화면 캡처
포털사이트에서 'AI 면접 어떻게 준비하시나요?'를 검색했을 때 나오는 화면

실제 인터넷 상에서 AI 면접에 대한 정보를 검색해보자 각기 다른 정보가 쏟아져 나왔다. 한 네티즌은 “답변 내용보다는 표정이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예상하지 못했던 질문이 나와 당황해 얼버무렸는데, 합격했었다”고 했다. “면접 내내 인상을 찡그리거나 하지 않고 표정 관리를 잘 했던 게 합격한 이유가 아닐까 싶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네티즌은 “답변을 할 때 직무와 연관된 키워드 등을 말해야 합격할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AI 면접을 3~4번 봤는데 직무와 연결시켜 답했을 때만 합격했다”고 했다.


◇AI 면접 연습 학원도 기승


취준생들의 불안한 마음을 이용해 AI 면접 대비 학원도 생겨났다. 한 온라인 강의플랫폼에서는 AI 면접에 대한 합격 기술 강의를 약 7만원에 판매하고 있었다. 기존 면접 학원 등도 AI 면접 강의를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AI 면접을 연습해보고, 답변을 코칭받는 데 1회당 5만~10만원까지 가격도 다양했다. 


김씨(25)는 10월 AI 면접을 처음으로 보게 됐는데 너무 막막해 1달 동안 학원을 다녔다고 밝혔다. “취준생들이 정보를 공유하는 오픈카톡방(오카방)에 들어가 있었는데, AI 면접 어떻게 대비하냐고 물어봤더니 다들 학원에 다녔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다녔던 학원을 추천해주는 사람도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홍보라는 걸 알 수 있지만, 당시에는 그런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 다음날 바로 추천받은 학원들 중 한 군데를 찾아서 등록했다.” 


하지만 AI 면접 학원이라고 해서 체계화 된 정보를 가지고 있는 건 아니었다.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게 시선 처리를 잘해야한다’거나 ‘웃으면서 답변해야 한다’는 수준이다. 심지어는 수업 시간 내내 면접 대비를 한다고 카메라를 보면서 시선 처리를 연습하기도 한다. 강사가 해주는 일은 화면을 보면서 ‘흔들리면 안 된다’, ‘조금 더 웃어라’ 등의 조언 뿐이었다. 


“AI 면접 팁을 알려주는데, 크게 팁이라고 할 것도 없었다. 1번 가면 1시간 30분 정도 수업을 들었는데, 30분 이론 강의를 하고 1시간은 실전 연습이었다. 그냥 앉아서 카메라 보고 말하면서 눈동자가 흔들리지 않도록 연습한 게 다 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무 돈이 아깝다.” 


◇총 1시간 가량 진행...문항 당 1번씩 다시 답변할 수 있어 


11월 28일 판교에 있는 마이다스아이티 본사를 찾아 직접 영업/마케팅 직군 AI 면접을 체험해봤다. 사실상 지원자의 성향과 역량을 평가하는 과정에 가까웠다. 정확한 명칭도 AI ‘면접’이 아닌 AI ‘역량검사’다.  


처음 AI 역량검사를 응시하는 만큼, 실제 면접이 아닌데도 긴장됐다. 얼굴 등록과 기기 점검 등의 과정을 거치고 자기소개부터 시작했다. 30초의 준비 시간이 있었음에도, 무슨 말을 해야 할 지 머릿속이 하얘져서 자기소개를 제대로 답변하지 못했다. 특히 화면에 답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어 부담이 컸다. 결국 ‘다시 답변하기’ 버튼을 누를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잘못 답했다고 생각될 경우 문항별로 1번씩 다시 답변할 수 있다. 이후 마음을 추스르고, 장단점과 지원동기는 차분하게 답을 했다. 자기소개와 장단점, 지원동기는 회사, 직군과 관계없는 공통 질문이다. 


역량검사가 진행될수록 안정을 되찾을 수 있었다. 긴장했던 것과 달리 면접보다 압박감이 없었고, 면접이라기보다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체크하고, 답변하는 과정에 가까웠기 때문이다. 특히 성향파악은 일반 인성검사와 비슷했다. ‘감정을 잘 숨기지 못한다’ 등과 같은 문항에 ‘그렇지 않은 편이다’ 등의 보기를 선택하는 과정이었다. 


역량게임 단계에서는 총 10개의 게임을 진행했다. 블록 쌓기, 카드 맞추기 등 추리력과 공간 능력, 순발력, 기억력 등을 평가하기 위한 게임이었다. 지원자가 자신 있는 게임을 먼저 선택하는 게 하나의 팁이다. 총 10개의 게임을 진행하다 보니 나중에는 집중력이 떨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기소개부터 마지막 맞춤질문까지 총 8단계를 다 수행하는 데는 1시간 남짓이 걸렸다. 다음날 확인해 본 결과, 영업/마케팅 직군 적합도는 ‘B’가 나왔다. 평가 등급은 S, A, B, C, D로 총 5등급이다. 하지만 S가 나오는 경우는 거의 없어, 사실상 4개 등급이다.

출처: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게임 선택 화면을 보면 평가하는 추리력, 기획력, 공간능력 등 평가하는 역량이 나와있다. 자신 있는 게임을 먼저 선택하는 것도 하나의 전략이다.

◇AI 면접 “학습으로 더 좋은 성과낼 수 없어”


AI 역량검사는 지원자의 얼굴 움직임과 표정 변화, 목소리 톤, 속도, 음색 등을 기반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안정적이고 자신감 있는 사람인지, 의사표현은 잘 이뤄지고 있는지 등을 보는 것이다. 특히 성향파악이나 전략게임 수행 과정을 통해 지원자가 얼마나 긍정적으로 환경을 받아들이고, 적극성을 보이는 지, 조직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인지 등을 판단한다.

출처: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지원자를 평가하는 과정. 얼굴에 68개의 점을 찍어 분석하고, 목소리 톤, 속도, 음색 등을 평가한다.

AI 역량검사의 여러 단계 중에서 각 단계별 반영 비율은 기업에 따라 다르다. 기업마다 또 직무마다 보는 역량이 다르기 때문에 어떤 단계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일부 취준생들이 역량게임을 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욕을 했다는 후기가 많은데, 욕설은 하지 않는 게 좋다. 욕설을 할 경우, 기업이 받아보는 역량검사 결과표에 해당 내용이 기입된다.


마이다스아이티 관계자에게 취준생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평가 내용에 대해 물어봤다. 홍보담당자 김은경 선임은 “AI 역량면접 자체는 답변 내용에 대해서는 평가하지 않는다. AI 역량검사에서는 답변을 얼마나 안정감있고 자신감있게 전달하는지, 감정 전달은 어떤지 등 전체적인 역량과 태도 등을 평가한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답변이 중요하지 않다고 할 수는 없다. AI 역량검사 영상이 인사담당자에게 전달되고, 회사 내부적으로 답변에 대한 평가가 이뤄진다.” 한마디로 AI 면접 자체에서는 답변이 중요하지 않지만, 회사에서 자체적으로 답변을 검증하기 때문에 답변과 태도 둘 다 평가한다고 볼 수 있다.

출처: 마이다스아이티 제공
지원자의 성향 평가 예시. (위) 지원자의 면접태도와 표현능력, 대인매력등을 평가한다. (아래) 지원자의 의사결정 유형이 안정형인지 모험형인지, 분석형인지 직관형인지, 미래형인지 현재형인지 등을 분석한다.

김은경 선임은 최근 AI 면접학원이 늘어난 것에 대해 “AI 역량검사는 학습으로 더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평가 방식이 아니다”고 말했다. “AI 역량검사를 개발한 목적 자체가 학력이나 배경 등에 관계없이 모두가 일단 원하는 기업에 지원할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학습이 가능하지 않도록 설계했다. 역량 게임의 경우에도 학습효과 있는 것들은 배제하는 게 기준이다. 또 좋은 점수를 얻는 것보다 어떻게 게임을 수행하느냐, 어떤 정보를 먼저 활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느냐를 보는 과정이다. 때문에 돈 들여서 학원을 다닐 필요가 없다.”


김 선임은 학습보다 개인의 컨디션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수능 공부할 때 오전, 오후, 저녁, 새벽 등 공부가 더 잘되는 시간이 있는 것처럼, 가장 컨디션이 좋고 집중할 수 있는 시간에 응시하는 게 좋다”고 했다. 또 시선처리나 표정 등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카메라만 응시하거나 인위적인 웃음을 짓는 것은 검사 결과의 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고 답했다. 카메라만 응시하기 보다는 카메라와 컴퓨터 화면 등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대답하는 방식을 추천했다. 또 직무에 따라 영업, 마케팅, 서비스 등 사람들을 자주 만나고 대면하는 업무는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글 jobsN 박아름 인턴 

jobarajob@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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