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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3천만원에 이 집을 드립니다

조회수 2021. 5. 10. 14:24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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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업 기업은 한 번 쯤 자금 부족에 시달리는 등 큰 시행착오를 겪는 ‘데스밸리(죽음의 계곡)’를 지납니다. 이 시기를 견디지 못하면 아무리 좋은 기술력, 서비스를 갖고 있다 해도 생존하기 어려운데요. 잘 알려지기만 하면 시장에게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중소기업이 죽음의 계곡에 빠지게 둘 순 없습니다. 이들이 세상을 바꿀 수 있도록 응원합니다.

결코 작지 않은 집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스페이스웨이비 홍윤택 대표. 건축업계에 새로운 파동을 일으키겠다는 뜻을 담아 사명을 스페이스웨이비(Spacewavy)라고 지었다.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스페이스웨이비의 타이니 하우스 '웨이비룸'


‘거리두기’가 새로운 사회 규범으로 자리 잡으면서, 남들과 마주칠 우려 없는 독립 공간이 인기다. 추세를 반영한 새로운 유형의 집이 등장했다. 건축 스타트업 스페이스웨이비의 타이니 하우스(tiny house)다.


'작은 집'이란 이름처럼 6평(19.83㎡) 안팎의 작은 농막(논밭 근처에 지은 집) 형태의 집을 만든다. 작지만 욕실, 취사시설 등 필요한 건 다 갖췄다. 공장에서 완제품을 조립해서 현장에 올리는 ‘모듈러 주택’이라 공사 중 발생하는 폐기물, 소음 등의 문제를 없앴다. 스페이스웨이비의 홍윤택 대표를 만나 대안 공간 사업 얘기를 들었다.

공대생이 건축학도가 된 이유
“예술에 공학 접목”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홍 대표는 뉴욕의 종합 예술 학교인 프랫 대학교 건축학과 출신이다.


공대생에서 예술대생으로 전향한 미국 유학파다. “2010년 일리노이주립대 공과대학에 입학했다가 군 전역 후 뉴욕의 종합 예술 학교인 프랫 대학교 건축학과로 편입했습니다. 대학 입시 때 여느 이과생들처럼 공대를 택했지만 예술이 하고 싶었어요. 건축도 예술의 한 영역입니다. 공부했던 것을 활용할 수 있는 예술 분야를 택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부모님의 권유에 따라 건축을 전공했습니다.”


건축학 중에서도 ‘건축 및 도시 설계’를 심층적으로 공부했다. “빈곤, 양극화 등 사회 문제를 건축으로 풀어나가는 법을 연구했습니다. 5년 동안 사람이 살아가는데 필요한 인프라 구축, 도시계획법을 파고들었죠. 졸업 논문으로 ‘필리핀의 인구 밀도, 빈곤, 슬럼화를 해결하는 방법’을 쓰기도 했습니다.”

스타트업 대표가 된 건축가
“건축에도
4차 산업혁명이
필요해”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홍 대표는 늘 창업을 꿈꿨다.


늘 창업을 꿈꿨다. “창업은 건축과 비슷합니다. 0에서 1로 나아가는 과정이죠. 무에서 유를 만드는 창업에 매력을 느꼈습니다. 학생 때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공동 창업을 한 적도 있죠. 이해관계가 맞지 않아 관뒀지만 언젠가 꼭 내 일을 하겠다고 결심했습니다.”


2018년 한국에 돌아와,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한 공유 오피스의 E&C(Engineering&Construction) 매니저로 입사했다. “인테리어 시공, 공무를 담당했습니다. 건축을 공부했지만 현실 시공은 이곳에서 처음 해봤어요. 1년 2개월 간 현장 경험을 익히고 스타트업 경영법을 배웠습니다.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을 가까이서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제가 50번째 직원이었는데 퇴사할 때 구성원이 160명에 이르렀어요.”


2019년 7월 건축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4차 산업혁명 붐이 일면서 산업 전반에 정보 통신(IT) 기술이 접목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건설 업계는 변함이 없었죠. 몇 십년 전 시공법을 그대로 고수하고 있었으니까요. 건축, 건설 과정을 자동화해서 혁신을 일으키고 싶었습니다.”

‘타이니 하우스’가 뭔데?
“고급 호텔 객실을
자연 한가운데 둔 듯한 숙소”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작업에 열중인 스페이스웨이비 구성원들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작업 중인 홍 대표


이동식 목조 소형 주택 ‘타이니 하우스’에 도전하기로 했다. “뉴욕 유학 시절, 타이니 하우스를 블록처럼 쌓아 40층짜리 건물을 짓는 걸 본 적이 있습니다. 조사해보니 미국, 유럽, 호주 등 서구권에선 타이니 하우스가 많이 보급됐더라고요. 하나만 별장처럼 쓰거나, 여러 개 모아 건물이나 마을을 이루는 방식으로요.”


주택을 소비재처럼 사고 파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처분할 때 건물을 허물지 않고 다른 데 팔아버려도 되니 땅에 붙어있는 건물보다 이점이 많아 보였습니다. 흥미가 가더라고요.”

출처: 더비비드
웨이비룸을 설명 중인 홍 대표


타이니 하우스의 사회적 가치

  1. 건물 짓는 데 최소 6개월에서 길면 3년이 걸린다. 반면 타이니 하우스 제작 기간은 2주, 설치 기간은 2~3일에 불과하다. 공장에서 제작하니 소음, 분진 유발 위험도 적다.
  2. 공사장 목수들의 경우 비정규직이거나 일용직인 경우가 많다. 이 인력을 타이니 하우스 공장의 정규직으로 채용하면 질 좋은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현장 인력들이 공사장에서 더위, 추위와 싸울 필요도 없다.
  3. 과도한 토지 공사로 자연을 훼손할 우려가 없다. 타이니 하우스가 들어설 부지만 정리해 건물을 쌓아 올리면 된다. 공장에서 완제품을 만들어 가져오는 구조라 현장 폐기물이 없다. 
  4. 분양에 방점을 두고 똑같이 생긴 건물을 쏟아내는 부동산 개발산업의 틀을 깼다. 보통은 설계사, 시공사, 건설사를 따로 두고 부동산 개발이 진행되지만 스페이스웨이비는 부지 개발, 건축 설계, 디자인, 시공 등 전 과정을 아울러 고유한 공간 속 문화를 창출한다.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구매자는 취향에 맞게 웨이비룸의 부대 시설을 추가할 수 있다.

스페이스웨이비의 타이니 하우스(웨이비룸)의 특징
  1. 하나 당 최소 6~12평의 크기로 무게는 6~8톤이다. 무게가 충분해 강풍에도 끄덕없다.
  2. 기본 자재, 골조 등을 공장에서 제작해 현장에서 조립한다.
  3. 6평 이하 집은건축물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된다. "바퀴를 달 경우 자동차로 분류돼요. 해외에서는 바퀴를 달아 캐러밴처럼 쓰는 경우가 많습니다."
  4. 화장실, 조리 시설, 침실, 빔 프로젝터, 매립형 스피커 등 구매자 취향에 맞게 부대시설을 추가할 수 있다. "가격은 6평 기준으로 옵션에 따라 3000만원 초반에서 4000만원 중반대입니다."
  5. 열에 강하고 소음 방지에 효과적인 내부 단열재와 내구성이 좋은 친환경 마감재인 자작나무 합판을 썼다. "모두 일반 건축물에 사용되는 재료입니다. 외부 충격에 약하지 않아요."

그저 견디는 게 답이었다
“첫 클라이언트는 잠수 타고,
잠재 고객은 비웃었죠.”


우리나라에서 낯선 ‘타이니 하우스’ 개념을 시장에 소개하는 일이 녹록지 않았다. 집 짓는 과정처럼 단계별로 목표를 향해 나아갔다.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교회 실내를 공유 오피스처럼 조성한 스페이스웨이비의 프로젝트.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작업 현장에서 논의 중인 스페이스웨이비 구성원들.

  • 자금조달: 인테리어 공사로 연구 개발비를 조달했다. 음식점, 카페 등 상업 공간을 중심으로 작업하다 전원주택 같은 개인 고객까지 스페이스웨이비를 찾았다. “40년 된 교회 건물을 리모델링 할 때는 공유 오피스 방식의 현대적인 개념을 도입해 호평을 받았어요. 클라이언트의 정체성과 동선을 고려해서 설계해주는 회사라고 알려졌죠. 올해 1분기 매출만 지난해 매출(6000만원)의 8.3배인 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 영업: 사업 초기 지인을 중심으로 타이니 하우스를 영업했지만 1년 동안 단 한 개도 팔지 못했다. "여러 번 미팅 후 건축 도면까지 줬는데 잠적해버린 고객도 있었어요. 모델하우스와 공장이 없어 계약할 수 없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 오프라인 홍보: 2019년 8월 중소벤처기업부 초기 창업 패키지 지원사업에 선정되면서 받은 지원금으로 경기도 안산시 대부도에 1호 모델 하우스를 설치했다.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작업 현장에서 논의 중인 스페이스웨이비 구성원들.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주변을 훼손하지 않고 자연 속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웨이비룸. 지난 3월엔 디캠프(은행권청년창업재단), 프론트원과 가구 브랜드 데스커가 공동 개최한 디데이(창업경진대회)에서 최종 5개사로 선정됐다.
  • 온라인 홍보: 우연히 유명 캠핑 유튜브 채널에 웨이비룸이 소개됐다. 조회수는 33만 건. ‘이건 농막이 아니라 작품이다’, ‘디자인이 훌륭하다’는 댓글이 달렸다. "유튜브에서 봤다는 문의전화만 340건 넘게 받았어요. 때마침 차박, 농박 풍경이 TV 프로그램에 나오면서 구매수요가 폭증했죠."
  • 사업 확장: 개인 수요가 많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판매 사업 규모를 키우기로 했다. 안산시 대부동에 500평 규모의 공장을 짓고 있다. 5월부터 가동된다. 강원도 고성에 조성하는 리조트 ‘웨이비 카운티’ 1호점은 9월 론칭을 목표로 하고 있다..


부동산 생태계 속
청년 건축가의 꿈
“삶과 문화를 결합한
공간”

출처: 스페이스웨이비
스페이스웨이비 구성원들이 화기애애한 모습.

우리나라의 건축 생태계를 바꾸는 게 목표다. “타이니 하우스를 새로운 형태의 스테이로 인식시키는 게 1차 목표입니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고유의 매력을 느낄 수 있는 가치있는 공간을 만들겠습니다.”

/진은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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