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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맥주가 MZ세대 사로잡은 비결? '이것'을 팝니다

조회수 2021. 6. 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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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맥주시장은 그야말로 포화 상태다. 하이트진로, 롯데칠성음료, OB맥주 등 대형 주류회사가 이미 업계를 꽉 잡고 있다. 수입맥주에 대한 접근성도 높은 편이다. 누구든 편의점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맥주를 마실 수 있다. 2017년 국내 맥주업계에 도전장을 내민 제주맥주는, 꽤 빠르게 편의점 크래프트 비어 시대를 만들어 냈다. 지금은 MZ세대가 사랑하는 맥주 브랜드로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다.

제주맥주는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총매출은 320억원으로 전년 130억원 대비 2배 이상 성장했다. 수제맥주 사상 최초로 국내 5대 편의점에 입성하는 건 물론, 수제맥주 시장 점유율 30%를 기록하며 업계 1위를 달리고 있다. 업계는 제주맥주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요인으로 타사와 다른 마케팅 접근법을 꼽는다. 전통 미디어 중심으로 진행됐던 기존의 맥주 마케팅에서 벗어나 감성을 건드리는 체험형 마케팅으로 소비자를 사로잡았다는 분석이다.

제주맥주가 페스티벌과 같은 이미지에서 벗어나 일상 속 힐링을 강조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제주맥주는 어떻게 MZ세대를 사로잡았을까. 지난 19일 만난 제주맥주 마케팅팀은 "맥주를 통해 잘 먹고, 잘 놀고, 좋은 시간을 보내는 문화를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주 또는 맥주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반하게 만들자

제주맥주는 본격적으로 마케팅을 기획하기 전, 단 하나의 공식만 정했다. 제주 또는 맥주를 좋아하는 모든 사람을 반하게 만들자. 페르소나도 구체적인 타깃도 정하지 않았다. 제주맥주 CMO 권진주 이사는 "맥주 자체가 일반적인 재료기 때문에 페르소나를 세밀하게 설정하면 오히려 저희가 전달하려는 문화를 확장하는 과정에 제약이 생길 거라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마케팅은 제품을 홍보하는 방향이 아니라 '맥주를 중심으로 한 문화'를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대형 맥주회사처럼 페스티벌에서 물량을 와르르 쏟아내는 프로모션은 비용 문제로 진행할 수 없었다. 대신 제주맥주는 '일상에서의 작은 여유'를 포인트로 잡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제공하기로 마음먹었다.

"맥주를 마시며 궁극적으로 찾고 싶은 건 결국 일상에서의 조그만 여유가 아닐까요? 저희는 거창하고 고상한 그런 와인 같은 문화라기보다는 일상에서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문화를 전달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체험 마케팅을 떠올렸습니다. 우리가 얘기하고자 하는 게 뭔지 소비자들이 직접 체험할 수 있도록 준비했어요."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 세워진 제주맥주 팝업 스토어. 사진|제주맥주

그렇게 처음 선보인 캠페인이 지난 2018년 진행된 '서울시 제주도' 프로젝트다. 제주맥주를 고객들에게 사실상 처음 알리는 자리였다. 서울 마포구 연남동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고 요가, 비어 캔들 만들기, 낮맥 클래스 등을 운영했다. 3주 남짓한 행사에 오간 사람만 5만 5000명. 맥주는 평일 하루 평균 1000잔, 주말에는 2000잔 이상이 팔렸다. 경의선 숲길이 제주맥주의 푸른색으로 물들었다. 고객들에게 브랜드를 제대로 알린 셈이다. 권 이사는 "팝업 스토어를 제주맥주의 브랜드 페스티벌이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팝업 스토어'라고 부르니, 기획자들이 팝업 스토어 인테리어를 얼마나 예쁘게 꾸밀 것인지만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내부에서 팝업 스토어라는 용어를 다시 정의했어요. 외부에서 말할 때는 팝업 스토어라 부르지만, 내부에서는 브랜드 페스티벌이라 생각하기로 했죠. 연남동 거리 전체를 제주맥주 브랜드 페스티벌 행사를 하는 거리처럼 보일 수 있도록 꾸미려 노력했어요."

팝업 스토어가 성공하자 제주맥주는 마케팅 전략에 대한 확신을 얻었다. 이후 진행한 마케팅도 '일상에서의 작은 여유'를 전달하는 데 집중했다. 제주맥주 구매 여부와 관계없이 신분증만 제시하면 '비어 피크닉' 세트를 대여해 주는 방식으로 브랜드를 노출했고, 비용 및 물품을 전액 지원하는 '제주맥주 한 달 살기' 프로젝트로 제주도와 맥주의 연결고리를 한층 튼튼하게 만들었다.

한강에서 진행된 '서울시 제주도' 프로젝트와 '제주맥주 나만의 캠핑카' 캠페인. 사진|제주맥주

체험형 마케팅을 진행하며 브랜드 인지도도 높아졌다. 제주맥주 한 달 살기 프로젝트는 15일간 약 200만 페이지뷰, 유입자 수도 60만을 달성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제주맥주 나만의 캠핑카' 캠페인의 경우 19일 기준 평균 500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있다.

권 이사는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으로 대기업, 수입맥주들과 똑같은 마케팅을 할 수는 없었다"며 "우리가 가진 자원을 한 군데에 집중시키는 전략을 취해 최대한 짧은 기간에 한정된 지역과 장소에서 집중적으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효과적일 거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MZ세대 사로잡은 비결은?

체험형 마케팅을 진행하며 중요한 건 무엇일까. 제주맥주가 지금까지 진행한 마케팅 캠페인에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하나는 소비자들이 직접 사진을 찍어 SNS에 올렸다는 거고, 다른 하나는 소비자가 만족스러울 수 있도록 디테일한 경험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제주맥주 오정현 과장은 "바이럴 마케팅을 기획할 수는 있지만, 그전에 소비자들이 자발적으로 사진을 찍어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일례로 연남동 팝업 스토어를 기획할 당시 제주맥주는 건물 외관이 눈에 잘 들어오는가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다. 기존 팝업 스토어가 내부 인테리어에 공을 들이는 것과 반대되는 방식이다. 한눈에 들어오는 민트색, 독특한 폰트로 쓰인 글씨는 카메라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나만의 캠핑카 프로젝트의 경우 보다 직접적으로 SNS와 연결된다. 고객들은 캠페인에 응모하기 위해 제주맥주가 제공하는 사이트에 들어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고객들은 본인이 만든 이미지를 SNS에 공유하며 자발적으로 캠페인을 홍보했다.

제주맥주는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게 디테일이라고 강조했다. 오 과장은 "나만의 캠핑카 프로젝트의 경우 캠핑카를 통해 정말 바쁜 일상을 벗어나 작은 여유를 누리는 느낌을 줄 수 있도록 커스터마이징 서비스를 다양하게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제주맥주는 당첨자들이 캠핑카를 타고 여행을 떠날 때마다 당첨자가 원하는 문구와 이미지로 캠핑카 내외부를 커스터마이징하고 있다. 또한 당첨자의 이름이 각인된 아이템도 제공한다.

제주맥주 '나만의 캠핑카' 캠페인에 참여한 소비자가 보낸 사진. 사진|제주맥주

물론 제주맥주에도 고민은 있다. 현재 제주맥주의 주된 고객층은 MZ세대가 대부분이다. 제주맥주는 캠페인 참여 연령대를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오 과장은 "마케팅 캠페인 중 피크닉 콘셉트가 많았기 때문에 참여자가 MZ세대에 집중돼 있는 게 사실"이라며 "최근에는 40대 이상, 아이가 있는 집 등 다양한 범위로 타깃을 확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제맥주의 인기가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른다는 점도 불안 요소다. 최근 수제맥주 시장은 점점 커지고 있다.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국산맥주 매출 중 수제맥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2.5% △2019년 7.5% △2020년 10.9%로 꾸준히 늘고 있다. 올해는 지난 3월까지 3개월간 판매 비중이 무려 12%까지 올라섰다. 다만 소비자들이 선호하는 맥주 취향은 시기별로 변하기 마련이다. 코로나19를 타고 성장한 수제맥주 인기 열풍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그 누구도 장담하지 못한다.

다만 제주맥주는 맥주를 매개로 한 문화를 꾸준히 전달할 예정이라고 강조한다. 권 이사는 "우리가 만들고 싶은 일상에 집중해 소비자와 총체적으로 소통하는 게 결국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울시 제주도 연남동' 프로젝트가 예상보다 큰 반향을 일으키며 성공하는 걸 보며, 이게 소비자가 원하는 방향이라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경험을 제공하며 새로운 이야기들을 만들어나가고 있고요. 앞으로도 제주맥주는 계속해서 색다른 맥주 경험을 선사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제작 서정윤
seoj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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