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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골 고객이 싫습니다" 돈 없는 취준생 환영하는 이곳

조회수 2020. 9. 25. 10:25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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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외 선생님을 하다가 취준생을 위한 면접복 대여일 떠올려

“단골 고객이 싫습니다.”


세상 대부분 사장이 단골 고객을 원한다. 그런데 단골이 싫다는 사장이 있다. 바로 ‘마이스윗인터뷰’ 김태문 대표(38)다. 그는 취준생에게 면접복을 빌려주는 일을 한다. 오랜시간 자주 가게를 찾는 고객은 아직 취업을 못했다는 뜻이다. 서울시 ‘취업날개서비스’ 참여 업체로 취준생에게 무료로 정장을 빌려주기도 한다. 청년들의 꿈을 응원한다는 김 대표를 만났다.

출처: 마이스윗인터뷰 제공
‘마이스윗인터뷰’ 김태문 대표.

◇과외 선생님을 하다가 취준생을 위한 면접복 대여일 떠올려


-자기소개를 해달라.


“정장 대여업체 ‘마이스윗인터뷰’ 대표 김태문이다. 고객들은 정장을 직접 입어보고 빌릴 수 있다. 매장에 다양한 디자인과 사이즈의 정장이 있다. 주로 취업 준비생들이 많이 찾는다. 면접 한번 하기 위해 고가의 정장을 사기 어렵다. 취업 준비생들의 부담을 덜어주고 싶었다. 매장 관리, 손님 응대, 홍보, 옷 제작 등 전반적인 일을 맡아서 한다. 하루에 수백 명의 고객을 만난다. 어울리는 옷을 직접 골라주기도 한다.”


-정장 대여를 시작하게 된 이유가 궁금하다.


“원래 의류 쪽과 상관없는 컴퓨터 엔지니어로 일했다. 26살 때 컴퓨터 회사에 취업해 소프트웨어 개발 일을 했다. 기술을 살려 해외에서 일하겠다고 마음먹고 영어를 배우기 시작했다. 영어에 관심이 많았고 흥미를 느꼈다. 처음 본 토익 시험에서 920점을 받았다. 더 공부해 학생들을 대상으로 영어 과외를 했다. 영어 통역, 가이드 일도 했다. 그러면서 학생들을 많이 만났다. 면접을 앞두고 면접복 때문에 고민하는 것을 알았다. 수요가 있으니 사업으로 시작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돈을 벌면서 취준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2012년 ‘마이스윗인터뷰’를 열었다. 그렇게 정장 대여를 시작했다.”

출처: 마이스윗인터뷰 제공
‘마이스윗인터뷰’ 신촌점 모습.

-옷이 정말 많다. 몇 벌 정도 있나.


“현재 신촌점과 사당점을 합쳐서 3000세트(자켓, 셔츠, 치마나 바지) 정도 있다. 남자 옷은 올해 상반기에 1000세트를 새로 제작했다.


초반에는 사입을 했다. 현재 남성복은 100% 제작한다. 여성복은 사입도 하지만 대부분 직접 제작하고 있다. 제작 80%, 사입 20%다. 취준생들이 선호하는 디자인, 소재, 핏 등이 있다. 그런 말들을 귀담아듣고 제작한다. 구두도 자체 제작한다. 3~10cm까지 맞춤으로 만든다. 저렴한 가격에 팔기도 한다.


남성복 사이즈는 90부터 135까지 나온다. 기성복에서 사이즈 120 이상을 찾기 힘들다. 여성복 사이즈는 33반에서 120까지 만든다. 소수의 고객도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처음부터 잘된 건 아니라고.


“초반에는 매장을 운영하면서 관광회사에서 가이드 아르바이트를 했다. 또 영어 과외, 영어 이력서 첨삭, 통번역일 등을 했다. 그만큼 어려웠다. 건물세, 수도세, 전기세 등 한 달에 나가는 고정비용도 안 나왔다.


나중엔 자취방 보증금까지 뺐다. 자취방 월세 40만원도 아까웠다. 세탁실 구석에 돗자리를 깔고 생활했다. 언제 문을 닫아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5년을 쉬지 않고 일했다. 고생한 만큼 돌아오더라.”


-힘들 때도 사업 접지 않은 이유는?


“주변에서 다 그만두라고 했다. 영어를 가르치던지 컴퓨터 관련 일을 다시 하라고 했다. 어떻게든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이 컸다. 꾸준히 수요가 있으니 분명 더 잘될 거라는 확신도 있었다. 어떻게 하면 더 좋아질까만 생각했다. 또 고객들의 합격 소식을 들으면 정말 기뻤다. 보람을 느꼈다.”

출처: 마이스윗인터뷰 제공
‘마이스윗인터뷰’ 사당점 모습.

-지금은 어떤가.


“사업을 시작한 지 6년이 지났다. 현재 15명 직원이 있다. 신촌점에 이어 사당점을 새로 열었다. 작년 12월 가오픈을 해 올 1월부터 운영중이다.


매장에 전문 세탁실이 있다. 또 고객에게 맞게 기장 수선을 해준다. 대여업체 중에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는 것으로 안다.”


-대여 가격은.


“12월부터 원래 가격보다 20%를 더 낮췄다. 경기가 많이 어렵다. 학생들 입장에선 더 힘들지 않겠나. 수익을 적게 가져가더라도 혜택을 주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원래 여자 풀세트(재킷, 블라우스, 치마, 구두)의 경우, 2박3일 간 빌려주고 6만원 정도를 받았다. 지금은 여자 풀세트에 3만9000원을 받는다. 남성 풀세트는 4만4000원이다. 자켓, 바지, 셔츠, 구두, 넥타이, 벨트까지 3박4일간 빌려준다.


트렌드가 지났거나 손상이 생겨 빌려주기 힘든 제품들은 경제적으로 어려운 친구들에게 무료로 준다. 아무래도 대여할 때마다 세탁, 다림질하니 옷이 빨리 상한다.”


◇서울시 ‘취업날개서비스’ 참여 업체


-취준생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빌려주기도 한다고.


“2016년 서울시에서 운영하는 ‘취업날개서비스’에 참여하고 있다. 취업날개서비스란 서울에 거주하는 청년들에게 무료로 정장을 대여해주는 서비스다. 고교 졸업 예정자부터 만34세까지 주소지가 서울인 청년은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또 서울 소재 학교 재학생이나 졸업생도 가능하다. 정장, 넥타이, 벨트, 구두까지 다 빌려준다. 3박 4일간 최대 10회까지 가능하다.


현재 취업날개서비스에 참여하는 업체는 총 3곳이다. 그중 가장 이용객 수가 가장 많다. 1년에 2만5000명 이상의 취준생이 면접복을 빌려갔다.


또 서울시뿐 아니라 김포, 광명, 부천, 양평과 협약해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청년구직자 및 고교졸업예정자라면 누구나 무료로 정장을 빌릴 수 있다. 각 지자체마다 지원 대상 연령은 다르다. 김포시는 만15세~만39세, 광명시는 만18세~만34세, 부천시는 만18세~만39세, 양평군은 만18세~만39세의 취준생들에게 서비스를 제공한다.


청년들이 미래 우리나라의 허리 역할을 하지 않겠나. 사회가 건강해야 회사도 함께 건강하게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매출이 궁금하다.


“시기별로 다르다. 차이가 크다. 공채 시즌에는 정말 바쁘다. 고객들이 10, 11, 12월에 가장 많이 찾는다. 1, 2, 3월은 가장 적다.


한 달에 보통 1500~2000명 정도 온다. 가장 바쁜 11월에는 4000명 이상 찾는다.


가장 매출이 많은 달에는 약 1억4000만원 정도를 번다. 적은 달은 약 5000만원 정도다. 차이가 크다. 하지만 번 만큼 많이 쓴다. 재투자 비용이 많이 든다. 옷의 유행은 계속 변한다. 새로운 옷을 만드는 데 돈을 많이 쓴다.”


-언제 보람을 느끼나.


“옷을 입고 돌려주면서 고맙다고 면접 잘 봤다고 하는 말들을 들을 때 뿌듯하다. 취업에 성공한 고객으로부터 받은 편지들도 있다. 많은 사람이 알고 찾아줄 때 기쁘다.”


◇김 대표가 전하는 면접복 고르는 팁

./마이스윗인터뷰 홈페이지 캡처

-취준생들에게 면접복 고르는 방법을 알려주자면.


“하루에 수백 명의 취준생들을 본다. 옷을 입었을 때 부드러운 이미지가 가장 중요하다. 모나지 않은 이미지를 만들어야 한다. 

출처: 마이스윗인터뷰 홈페이지 캡처
칼라 없는 재킷과 둥근 네크라인의 블라우스를 입으면 이미지가 부드러워 보인다.

여성의 경우 보통 검정 재킷에 흰색 블라우스를 추천한다. 가장 깔끔해 보인다. 짙은 남색이나 짙은 회색도 무난하다. 귀걸이나 목걸이 등은 하지 않는 게 좋다. 면접관의 시선이 분산될 수 있기 때문이다.


둥근 얼굴형이라면 칼라가 있는 셔츠를 추천한다. 얼굴형이 뾰족하다면 둥근 네크라인의 셔츠를 권한다. 셔츠 칼라가 있으면 단정해 보이지만 딱딱해 보일 수 있다. 노칼라인 경우 여성스럽고 캐주얼한 느낌이 있다. 칼라 없는 재킷과 둥근 네크라인의 블라우스를 입으면 이미지가 부드러워 보인다.


옷 길이에 따라서도 느낌이 달라진다. 키에 맞춰서 재킷 길이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키가 작으면 짧은 재킷을 입는 게 좋다. 다리가 더 길어 보인다. 키가 크면 길이가 긴 재킷을 입는 것을 추천한다.

출처: 마이스윗인터뷰 홈페이지 캡처
남성의 경우 짙은 남색 정장을 많이 입는다. 넥타이는 주로 스트라이프 무늬를 추천한다.

남성의 경우 짙은 남색을 많이 입는다. 검은색은 별로 추천하지 않는다. 너무 답답해 보일 수 있다. 얼굴색이 어두운 사람이라면 더더욱 추천하지 않는다.


넥타이는 주로 스트라이프 무늬를 추천한다. 신입사원 느낌이 난다. 가장 깔끔하고 밝아 보인다. 빨간색 넥타이는 시선을 집중시키기에 좋다. 삼성그룹 면접을 보러 가는 취준생은 파란색 넥타이를 찾기도 한다. 스트라이프 무늬의 파란색을 권한다.


바지의 경우 발목을 살짝 덮는 정도가 좋다. 섰을 때 양말이 안 보이는 정도가 적당하다. 너무 짧으면 멋내기용으로 보인다. 너무 길면 답답해 보인다. 고객에게 맞게 직접 기장을 수선해준다.

출처: 마이스윗인터뷰 홈페이지 캡처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해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

앞머리는 내려오면 답답해 보이기 때문에 머리는 깔끔하게 정리해 올리는 것을 추천한다.


직종에 따라서도 다르다. 영업직은 활달해 보여야 한다. 넥타이는 좀 더 밝은색을 추천한다. 여자는 치마 대신 바지를 권하기도 한다. 구두도 좀 더 낮은 굽을 추천한다.


공무원이나 보수적인 직종의 경우 칼라가 있는 재킷을 권한다. 더 단정해 보인다. 날씬해 보이려고 딱 붙는 옷을 입고 싶어하는 고객도 있다. 하지만 옷이 너무 붙으면 치마가 끌려 올라간다. 보는 사람이 불편하지 않아야 한다.


디자인이나 창의성이 요구되는 직종의 취준생은 색깔 있는 옷을 찾기도 한다. 더 개성 있고 밝은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아나운서 등을 준비하는 취준생들에게는 주로 분홍색이나 빨간색 등 밝은색 재킷을 추천한다.”

출처: 마이스윗인터뷰 제공
‘마이스윗인터뷰’ 김태문 대표.

◇“좋은 품질의 옷을 더 싼 가격에 빌려주고 싶어”


-평소에 스트레스를 받으면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한다. 함께 이야기하고 웃음을 나누면서 에너지를 많이 얻는다.”


-취미가 있나.


“사진을 찍는다. 풍경이나 동물들을 찍는다. 한 달간 아프리카를 여행하고 어제 돌아왔다. 사업을 시작한 이후 첫 휴가였다.”


-본인만의 버릇이나 습관이 있나.


“주변을 관찰하는 습관이 있다. 주변을 유심히 보다가 누군가가 불편해하는 게 있으면 직접 나선다. 예를 들어 매장의 에어컨 바람이 손님에게 바로 가더라. 불편해 하시는 것을 보고 고쳐야겠다고 생각했다. 에어컨 바람막이를 직접 달았다.”


-앞으로의 꿈과 목표.


“열심히 일하고 있는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 또 더 좋은 품질의 옷을 저렴한 가격에 빌려주면서 학생들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고 싶다.


옷을 만들 때 더 깐깐하게 한다. 사실 싸게 만들려면 그렇게 할 수 있다. 단추 하나도 원가 2~30원짜리가 있고, 300원짜리가 있다. 10배 차이다. 그래도 질 좋은 것을 쓴다. 내가 입고 다닐 수 있는 옷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더 좋은 원단을 쓰려고 한다.


우리는 단골이 없다. 취직이 되면 올 일이 없다. 또 단골을 좋아하지 않는다. 청년들이 원하는 곳에 빨리 취업했으면 좋겠다.”


글 jobsN 임헌진
jobarajob@naver.com
잡스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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