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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어떻게 '착한 기업'을 감별해낼 수 있을까

조회수 2020. 10. 13. 05:0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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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착한 기업을 제대로 찾아내는, 지속가능발전소 윤덕찬 대표

기업에게 사회적 책임은 이제 하면 좋고, 못 하면 어쩔 수 없는 요소가 아닙니다. 돈만 벌기에도 바쁘고 힘들다는 핑계로 다른 윤리적 요소를 묵과했다가는 몸속에 시한폭탄을 품고 있는 것과 같은 수준일 정도입니다. 꼼수를 써서 한순간의 평가만 잘 받고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가는 어느 날 문제가 일파만파 퍼지며 SNS에서 온갖 욕을 먹을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학습했고, 트인 눈과 귀를 통해 더이상 인간의 과오를 간과하지 않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더 나은 내일을 바라는 그런 우리를 위해 객관적인 방법으로 좋은 기업, 나쁜 기업을 정직하게 판가름하는 곳이 있습니다. AI로 착한 기업을 선별하는 지속가능발전소를 EO가 소개합니다.

Q. 자기소개 부탁드릴게요.


안녕하세요, 지속가능한 금융의 미래를 열어가고 있는 지속가능발전소의 대표 윤덕찬입니다. 저희는 기업의 ESG, 즉 환경(Environmental), 사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에 관한 데이터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하는 회사입니다. 디캠프로부터 시드 투자를, 미래과학기술지주, DTN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21억 원의 프리 시리즈 A 투자를 받아서 현재 15명의 팀원과 열심히 성장해 나가고 있는 스타트업입니다.

Q. 지속가능한 회사는 어떤 회사인가요?


예전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오직 이윤을 창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일차적인 목적도 그저 주주 가치를 높이는 것으로만 정의했고요. 하지만 이런 단편적인 시각 때문에 기업이 환경 오염을 야기하고, 아동에게 노동력을 착취하고, 분식 회계를 몰래 하는 일들이 발생했죠. 그것들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많은 비난을 받았고요. 


현대 사회에서는 환경·직원·소비자를 고려하고, 지역 사회와 소통하고, 지배 구조가 건전하고 투명한 회사를 좋은 기업이자 지속가능한 회사라고 합니다. 그래서 많은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여러 가지 활동을 열심히 한다지만, 모두 다 그런 건 아닙니다. 일부 회사들은 여전히 하는 척하거나 거짓말을 하기도 하죠.

LG환경연구원으로 재직하던 당시의 지속가능발전소 윤덕찬 대표

Q. 어떤 계기로 회사 단위로 지속가능성을 분석하는 일을 하게 되셨나요?


10여년 전 제가 LG 환경 연구원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한국 기업이 최초로 글로벌 지속가능성 평가를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선정된 적이 있습니다.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연구하고 컨설팅을 해왔습니다만, 한국 기업이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선정된 건 그때가 최초였어요.


정말 놀라웠죠. 더 놀라운 건 그해에만 세 개의 한국 회사가 섹터별로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선정됐다는 겁니다. 그 세 개 기업을 컨설팅한 회사는 한 곳이었고요.


업계에서는 누구나 익히 알고 있던 그 기업이 언제 그렇게 전 세계에서 가장 훌륭한 회사로 바뀌었는지 궁금했고, 놀라웠습니다. 그래서 이 기업들을 전 세계에서 가장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바꾼 그 컨설팅 회사에 들어가고 싶었고, 결국 입사하는 데 성공했는데요. 들어간 지 한 달 만에 회사를 나왔습니다.


그 회사는 기업의 지속가능경영전략을 수립해주는 컨설팅을 한 게 아니었기 때문입니다. 어떻게 하면 글로벌 평가 기관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는지, 소위 말하는 모범답안을 써주는 컨설팅을 했습니다. 이건 사기다 싶었고, 나오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기관이 평가하는 것도 사실은 문제가 많이 있구나'라고 생각했죠.

Q. 그에 비해 지속가능발전소는 어떻게 다른가요?


기존 평가사들은 기업을 분석하는 데 필요한 데이터를 해당 기업으로부터 받습니다. 즉, 설문지를 주고, 거기에 기업이 답을 하면 그 내용을 데이터 소스로 활용해서 회사의 좋고 나쁨을 분석합니다. 말이 안 되죠. 그 구조적인 문제를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런 컨설팅 또는 리서치 기반의 비즈니스 자체를 바꿔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답은 데이터라고 생각했습니다. 데이터에 팩트가 있으니 그 팩트를 분석해낼 수 있으면 충분히 해결책을 찾아낼 수 있다고 봤어요. 단지 연탄 좀 나르고 김장 좀 해주면서 착한 척하는 회사인지 아닌지를 구별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기업으로부터 정보를 받지 않으려고 했고, 그래서 발견한 데이터가 공공 데이터와 뉴스 데이터입니다. 이 데이터를 활용해서 팩트를 찾으려고 했습니다.


기업들은 자신들의 성과를 정부에 보고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정부는 어느 회사가 좋고, 어느 회사가 문제가 있는지를 모두 알고 있습니다. 분석하지 않을 뿐이죠. 그 정보 중 저희가 필요한 데이터를 가져와서 분석한다고 보시면 됩니다.


또한, 기존의 ESG평가기관에서는 ESG 애널리스트라는 분들이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분석해 왔는데요. A라는 회사를 분석할 때 평가기관과 담당 애널리스트에 따라 결과가 다 다르게 나오는 문제가 있습니다. 그 이유는 평가 기준이 각기 다르기 때문인데요. 저희는 '데이터 분석 기술은 이미 많이 발달되었고, 시장에서 중립성과 객관성이 문제라면 보다 깨끗한 데이터와 발전된 데이터 분석 기술로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해서 분석할 수 있겠다'라고 생각했습니다.

Q. 지속가능발전소의 발전된 데이터 분석 기술로 어떤 게 있는지 조금 더 설명해 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저희 서비스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습니다. ESG 성과 분석과 사건 분석. 이 두 가지를 같이 봐야 기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ESG 성과 분석은 기존의 재무 성과처럼 비재무 성과를 말합니다. '온실가스를 얼마나 줄이고 있지?', '물을 얼마나 재활용하고 있지?', '남녀 고용 비율은 얼마나 되지?', '비정규직은 얼마나 고용하고 있지?' 이런 요소들을 분석하는 겁니다. 말 그대로 관리해야 할 비재무 요소를 얼마나 잘 관리하고 있는지에 대한 성과 평가입니다.


하지만 관리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과 실제로 그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건 다릅니다. 예를 들어, 화학 물질 관리 시스템을 잘 도입하고 있더라도 화학 사고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분석해 봤더니 최근 5년 사이에 화학 사고가 매년 있었고, 사람이 계속 죽었다면 이 화학물질 관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뜻이겠죠.


결론적으로 화학물질 관리가 잘 안 되고 있고, 앞으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음을 사건 분석 또는 논쟁 이슈 분석을 통해서 알 수 있습니다.

Q. 아무래도 기존의 비즈니스를 전반적으로 혁신하려다 보니 창업 초기 과정이 순탄하지 않았다고 들었습니다.


네, 지금도 그렇지만 초기에는 정말 힘들었습니다. "이런 비즈니스를 할 겁니다"라고 말하면 "이런 정보 누가 사? 그냥 검색하면 다 나오는 거잖아. 사기꾼"이라는 소리도 듣곤 했죠. 정부 지원도 사실 수십 수백 번 떨어졌고요.


그런데 알파고가 등장하면서 AI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이 확 달라졌습니다. "당신이 한다는 게 머신러닝 그거야? 그게 인공지능이야, 알고리즘이야?"라고 물어보며 이해하려는 시도들이 생겼고요. 이제는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기관들도 저희에게 관심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Q. 지난한 과정을 버텨내고 지금까지 지속가능발전소가 이뤄낸 대표적인 성과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세계 3대 글로벌 금융 정보 제공 기관 중 팩셋이라는 기관이 있습니다. 저희가 팩셋과 계약을 체결하며 분석한 정보를 리포트 형태로 그들의 플랫폼에 올렸는데요. 지금까지 18개국 111개의 자산운용사가 저희 리포트를 이용했습니다.


국내로 보면, 저희가 분석한 비재무 정보가 2016년 11월부터 네이버 증권에 제공되고 있습니다. 2020년 8월 말까지 410만 명이 이 정보를 이용했습니다. 매년 100만 명씩 꾸준히 이용한 셈인데, 특히 2020년 들어 7개월 만에 100만 명이 이용해서 네이버에서도 이 콘텐츠의 확대 개편을 계획 중입니다.


또한, 국내 증권사와 함께 국내 최초의 AI 기반 ESG 인덱스도 출시할 예정이고요. 국내 은행들이 중소기업 대출 심사를 할 때, 매출, 실적을 보는 기존의 여신 시스템을 혁신해서 기업의 지속가능성을 평가해서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판정받으면 대출을 해주는 지속가능성연계대출도 가능하도록 지원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매출이 적은 중소기업도 지속가능한 기업이라면 저희 지속가능신용평가모델을 통해서 대출, 투자 등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입니다.

Q. 외부와의 연계로 사업을 벌임과 동시에 자체적으로도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벌이고 계시다고요.


네, 저희도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국 기업과 미국 기업의 사업장에서 배출하는 화학 물질의 정보로 '태클톡스 닷컴'이라는 사이트를 만들었어요. 화학물질 중에는 몇 톤이 배출되어도 인체에 무해하고 환경에 유해하지 않은 것도 있는 반면, 10g만 배출되더라도 발암물질인 것도 있습니다. 후자는 지역 사회에 심각한 영향을 주죠. 


이 사이트는 지역만 검색하면 어떤 사업장에서 어떤 화학물질을 배출하고 있는지를 점수로 보여줍니다. 그 점수를 통해 어떤 지역이 얼마나 유해한 상황에 놓여 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저희 ESG 데이터 중에 일부가 네이버 모바일에 비재무 정보로 공개됨으로써 현재 많은 분이 관심을 두시게 된 것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업들에게도 연락이 옵니다. 어떤 기업들은 "이 정보 빼주세요", "너희가 뭔데 이걸 공개하는 거야?"라고 말하기도 해요. 그렇게 욕먹어도 저희는 그대로 공개합니다. 이런 비재무 정보들을 사람들이 보고, 어떤 회사에 문제가 있다고 비난할 수 있을 때 기업들이 바뀝니다. 이제는 시장에 큰 메시지를 던지는 비재무 정보가 기업이 달라지는 동인의 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아, 이거 관리 못 하면 주가도 떨어지겠구나'라고 생각하는 거죠.


실제로 그런 일들이 많이 있습니다. 해외 연기금은 지속가능성과 관련된 정보를 기준으로 투자했던 회사들로부터 투자금을 회수하기도 하거든요. 소비자들이 불매 운동을 하는 건 이제는 꽤나 흔한 일이 되었고요. 이 모든 것이 저희가 다루는 비재무 정보를 공개하는 것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Q. 궁극적으로 지속가능발전소가 바라보는 비전은 무엇인가요?


우리 사회에는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기업은 그 사회의 한 시민입니다. 사회의 많은 자원을 쓰고 있는 기업이 정부나 시민 단체와 힘을 합치면 영양 실조, 가난, 물 부족, 실업 등 웬만한 문제를 다 해결할 수 있습니다. 이런 사회 문제 해결에 관심을 두고 나서는 것이 기업의 사회적 책임입니다.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회사가 좋은 회사이고, 좋은 회사가 많아지면 우리 사회가 더 좋아진다고 생각합니다.


지속가능발전소는 그 좋은 회사를 판단하는 기준인 기업의 지속가능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리고자 합니다. 분석을 통해 투자자, 소비자, 그리고 사회에 정보를 제공하고, 그로써 기업의 변화를 더 많이 끌어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요. 그렇기 위해서 저희가 지금보다 더 영향력이 있어야 합니다.


또, 그 범위를 한국 기업만으로 한정짓고 사업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언젠가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잘 분석된 비재무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세계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순간을 한번 맞이해보고 싶습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착한 기업을 공정하게 발견하는 지속발전가능소의 윤덕찬 대표님의 이야기를 영상으로도 만나보세요.


글·편집 김정원

melo@eoeoeo.net






EO(Entrepreneurship & Opportuniti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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