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만 6천 명이 오직 나쁜 음식과 공기로 죽어가는 '이곳'

조회수 2021. 6. 14. 17:27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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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코로나 백신 1차 접종 비율이 20퍼센트를 돌파했다. 5명 중 1명이 접종을 마친 셈이다. 그 결과 코로나 일일 확진자수는 눈에 띌 정도로 줄어들지는 않았지만, ‘5인 이상 모임 금지’ ‘해외여행’ 관련 규제가 완화되는 조짐을 보이는 등 코로나 이전의 사회 모습으로 돌아가기 위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백신이 나오기까지 의학 분야의 발전을 이끈 데에는 수학이 있다.


1만 6000명이 오직 나쁜 음식 및 공기로 죽어가는 곳, 변화는 통계에서 시작되었다.

1850년대, ‘램프를 든 한 여인’은 불이 꺼진 스쿠타리(터키의 도시)의 병원에서 책상에 앉아 날마다 그림을 그렸다.

일명 ‘맨드라미 다이어그램’이라고 불린 이 그림이 밝힌 사실은 놀라웠다. 당시 크림전쟁 속에서 군인들이 오직 병으로 사망한 비율이 60퍼센트에 달했던 것이다. 이 수치는 1665년의 런던 대역병 기간 동안에 발생한 런던 시민들의 사망률보다 높았으며, 1850년에 콜레라에 감염된 사람이 죽을 확률보다도 높았다. 게다가 이 확률은 단 한 발이라도 적탄을 맞지 않은 군인들의 수치였다. 정말이지 말 그대로 집에서 콜레라에 걸리는 편이 크림반도에서 자기 운명을 맡기는 것보다 더 안전했다.

그 여인은 스쿠타리 병원의 참상에 분개하고 변화를 가로막는 군 관계자들과 의료 기득권층과의 싸움을 시작했다. 그 싸움에는 지성, 인맥, 예리한 펜 그리고 자신의 화살통에 든 가장 강력한 화살인 수학과 통계학이이용됐다. 사실 역사상 다른 어떤 수학자나 데이터 과학자도 그녀처럼 많은 목숨을 살려내지는 못했다. 그녀는 바로 나이팅게일이다.


표준화된 의료 관련 서류 양식, 의료 통계 데이터 …… 현대 의료 체계의 기초를 만든 통계학!

나이팅게일은 통계학이 생명을 구할 뿐만 아니라 고통을 줄이고 환자의 치료와 관리를 드높여줄 방법임을 인식했다. 하지만 그러려면 훨씬 더 나은 의료 데이터가 필요했다. 이를 위해 나이팅게일은 표준화된 의료 관련 서류 양식을 만들었다. 그리고 세계의 선구적인 여러 통계학자의 승인을 받아 런던의 대형 병원이 그 양식을 차츰 사용하도록 설득했다. 또 인구조사 활동에 질병과 주거에 관한 데이터 수집도 포함해야 한다고 정부에 로비했다. 이러한 나이팅게일의 구상들은 오늘날에도 사용되는 질병 분류의 국제적 체계를 위한 명확한 모형을 만들어냈는데, 이것은 모든 현대 전염병학과 의료 데이터 과학을 위한 초석이 됐다.


우리는 언제부터 ‘칼을 대지 않고’ 신체 내부를 볼 수 있게 되었을까?

약 50년이 흘러 나이팅게일이 틀을 만든 의료 체계를 바탕으로 의학계는 빠른 발전을 거듭하게 된다. 특히 독일의 물리학자 빌헬름 뢴트겐이 발견한 의문의 복사선이 크게 기여했다.

엑스선X-ray이라 이름 붙여진 이 복사선을 활용해 1899년 1월 20일 베를린의 한 의사는 자신의 손가락에 박힌 유리 파편을 찾아냈고, 2월 7일에는 또 다른 의사가 환자의 머리에 박힌 탄환을 확인했다. 이 밖에도 엑스선의 실용성은 매우 높았는데,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뢴트겐은 제1회 노벨물리학상을 수상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종양을 발견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깊이에 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다는 뜻이다. 우리에게는 새로운 기계가 필요했다.


2차원 이미지를 적분하라, 암세포의 정확한 위치가 보일 것이니

앞에서 설명한 엑스선 촬영처럼 광선을 투과시켜 3차원 대상 물체로부터 2차원 이미지를 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방향을 바꿔가면서 얼마든지 원하는 만큼 여러 장의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의료용 CT의 경우 환자가 침상 위에서 위아래로 이동하는 동안 엑스선 촬영 기기가 링을 따라 회전하면서 여러 각도에서 사진을 촬영한다. 하지만 이렇게 촬영된 여러 장의 2차원 이미지로부터 거꾸로 3차원 정보를 계산하는 것은 수학적으로 그리 간단하지 않다.

CT의 적분 원리를 알아보기 위해서 그림과 같이 단순화된 신체 단면을 생각해보자. 신체를 4×4의 격자로 나누었을 때 뼈(2)와 장기(1)가 그림과 같이 분포되어 있다고 가정하고 광선을 신체의 네 방향으로 투과하면 네 장의 필름을 얻을 수 있다. 필름상에 나타난 영상을 사이노그램이라 한다. 사이노그램은 광선 방향으로 합산된 광량의 적분 결과를 보여준다. 여기서 네 장의 사이노그램에 나타난 적분 결과를 수학적으로 계산해서 신체 내부의 16개 격자값 f(x, y)을 알아낼 수 있다. 쉽게 얘기해서 합산된 16개의 방정식을 풀어 16개의 미지수를 계산하는 과정이라 생각하면 된다.

간단히만 이야기하자면 수학적인 변환과 역변환의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 신체 내부의 각 격자값 f(x, y)가 주어졌을 때 투과된 광선이 적분되면서 Rf 결과로 나타나는 과정을 라돈 변환Radon transform이라 하고, 라돈 변환을 거꾸로 적용하여 도로 격자값 f(x, y)를 끄집어내는 것을 라돈 역변환Inverse Radon transform이라 한다. CT란 촬영된 여러 장의 2차원 사이노그램을 라돈 역변환하여 신체 내부의 3차원 공간 정보로 재구성하는 알고리즘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적분과 관련되어 엄청나게 많은 수학적 계산이 수반된다.

1917년 오스트리아 수학자 요한 카를 아우구스트 라돈Johann Karl August Radon은 엑스선 촬영의 단점을 보완할 단층촬영 원리를 처음으로 제시했다. 하지만 당시에는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장치나 기술이 없어 상용화 단계에 이르지 못했다. 그로부터 60년 정도가 흐른 뒤 물리 학자 앨런 코맥Allan Cormack이 이론적 기초를 구축하고, 전기공학자 고드프리 하운스필드Godfrey Hounsfield가 드디어 CT를 개발하면서 인체 내부를 영상으로 확인하고 인체의 모든 부위를 정밀 진단할 수 있게 되었다. 코맥과 하운스필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79년 노벨 생리 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이렇게 수학은 의료계의 발전을 견인하고 있다. 그리고 의료계를 넘어 넷플릭스, 화성탐사, 인공지능 등 수많은 변화의 최전선에서 움직이고 있다. 수학을 안다는 것은 미래를 아는 일이다.

*위 내용은 도서 『수학의 쓸모』, 『미적분의 쓸모』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재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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