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사회로 부터 버려진 이 남자..그런데 부럽다

조회수 2022. 8. 4. 22:4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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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영이' 어느 날, <캐스트 어웨이>가 부러워지기 시작했다
편집자주: 비행기 사고로 인해 문명사회로 부터 멀리 떨어진 한 섬에 표류하게 된 남자의 이야기. 처절한 생존극 이지만, 우리의 에디터 DenH는 왜 그가 부럽다고 한걸까요?

장마가 끝난 7월의 어느 날, 만성피로를 어깨에 지고 출근을 하기 위해 집 밖으로 힘겨운 걸음을 떼었습니다. 길가에 세워진 자동차 창에 웬 수척한 아저씨 한 명이 비치더군요. “나 아직도 술집에서 민증 검사 받잖아”라는 말을 늘 자랑스레 꺼낼 정도로 동안을 자부했던 저였기에 그 비주얼은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충격을 받은 상태로 들어선 회사에선 아침부터 상사에게 이리 치이고, 실수를 한 후배의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또 한 번 치이고, 그러다보니 놓친 내 업무를 하느라 점심도 놓치고 이래저래 점점 스트레스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기에 이르렀지요. 그래서 나지막이 중얼거렸습니다.

내일은 연차 써야겠다..칫”

그러면서도 일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제 모습에 더욱 열이 받더군요.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무도 나를 자극하지 못하는 곳으로 훌쩍 떠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물론 그럴 수 없다는 걸 알지만, 차라리 무슨 사고라도 나서 어디 외딴곳에 조난이라도 당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마치 영화 <캐스트 어웨이> 속 주인공 척 놀랜드(톰 행크스)처럼 말이죠.


강박에서 벗어나기, 일탈이 아니라 ‘나’를 찾는 과정은 아닐까?

저를 비롯한 많은 어른들은 각자의 강박을 갖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컨대 ‘주어진 일을 완벽하게 하겠다’는 것이나 ‘시간은 늘 잘 지켜야지’ 같은 내용의 강박이요. 사실 이러한 강박이 우리를 더욱 스트레스 받게 합니다.

<캐스트 어웨이>의 척 놀랜드도 이러한 강박을 가진 채 살아가고 있습니다. 영화의 초반부에 아주 정확히 드러나지요. 택배 회사 직원인 탓에 늘 빠르고 정확하게 업무를 마쳐야 한다며 “우리는 시간에 살고 시간에 죽어, 그러니까 시간을 낭비해선 안 돼!”라고 말하곤 하죠. 그러했기에 그는 내 삶이 아니라 시간에, 회사에 맞춰 살아가는, ‘나를 잃어버린 사람’이었습니다. 소중한 여자친구와도 함께 하는 시간을 줄여가며 일을 할 정도니까요. 바쁜 것이 미덕이라고 여겨지는 사회이기에 그의 삶은 꽤나 괜찮게 여겨지긴 합니다.

이러한 강박이 그를 아주 우연하고도 비극적인 사고로 이끕니다. 폭풍우에 휘말려 태평양 한 가운데 외딴 곳에 떨어지고만 것이지요.

세상과 완전히 단절된 그의 주변에는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준 시계(바닷물을 먹어 고장이 나버린)와 떠밀려온 동료의 시체, 그리고 주인에게 전해줄 수 없는 택배들이 고작이었습니다. 이 소품들이 아이러니한 것은 모두 척이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던 ‘시간’이 멈춰버렸다는 것이지요. 심지어 이 섬조차 머나 먼 옛날에 시간이 멈춰버린 듯 고요합니다. 이곳에서 오직 시간을 느끼고 있는 건 척 뿐입니다.

이렇게 되고 나니, 척의 시간은 이제 남이 아니라 오직 나에게 맞춰집니다. 즉 오랜 시간 동안 잃어버렸던 ‘나’를 점점 찾아간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은 멀리서 보면 비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는 관객들에게는 유쾌함으로 다가오는데요. 사람과의 관계를 귀찮게 생각하던 그가 오직 “자의로” 윌슨이라는 친구를 만들고, 남의 필요에 따라 시간을 쏟던 그가 오직 “내 필요에 의해서” 불을 피운다거나 끼니를 떼우려 시간을 쏟습니다. 강박을 버리고 나를 찾는 것의 상징을 띤 대표적 장면이 바로 택배회사 직원이라는 의무감을 버리고 함께 떠밀려온 택배를 뜯어보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짧은 오프닝 시퀀스에서 그려졌던 그의 모습은 오직 강박에만 사로잡혀 기분을 드러내지 않았었는데, 불을 피우는 데 성공해서 환호하고, 시끄럽게(?) 말을 붙이는 윌슨에게 화를 냈다가 사과하는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는 데요. 이런 솔직한 삶이 우리에게 더 건강한 것이 아닌가 생각을 해보게 됩니다.

마음을 비운다 = 새롭게 채워갈 가능성

영화 속에서 척은 여러 번의 선택을 합니다. 처음 무인도에 도착했을 때는 작은 구명보트를 타고 망망대해로 모험에 나서는 선택을 했었다가, 곧 체념하고 적응하기를 선택하죠.(마치 이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고 안주했던 제 모습이 겹쳐 보이는 건 우연이겠죠?) 그리고 4년의 시간이 흐르고서는 적응을 마쳐 이젠 살만 해진 무인도에서 떠날지 말지를 고민하고 선택합니다.

망망대해를 향한 처음의 모험과 4년 후의 모험은 언뜻 비슷하지만 사실 많이 다릅니다. 처음의 모험은 안정된 삶 속으로 다시금 돌아가야만 한다는 척의 강박이 작용한 선택이었지만, 4년 후의 선택은 무인도에서의 안정적 삶이 아니라 더 나은 삶을 위한 모험을 시도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습니다. 안정을 추구하느냐 모험을 추구하느냐의 차이인 것이지요. 어찌 보면 ‘될 대로 돼라~ 이래 죽으나 저래 죽으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저는 새롭게 성장을 채워가기 위해, 안정감이라는 것을 올인한 ‘멋’으로 생각됩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겨우겨우 과거의 삶으로 돌아온 그를 기다리는 것은 이전과는 완벽히 달라져 버린 삶과 너무 오랜 시간이 흘러 다른 사람의 아내가 되어 있는 여자친구였습니다. 너무도 공허할 터인데, 그는 마음을 비운 채 다시 시간이 멈춰있는 것처럼 보이는 막막한 지평선으로 발길을 옮깁니다.

엔딩 시퀀스에서 그는 걸어온 길을 포함해 네 갈래로 뻗은 교차로 앞에 멈춰섭니다. 그 주변을 지나는 여인은 이렇게 말을 하지요 “어느 쪽으로든 갈 수 있어요.” 물론 그가 어느 쪽으로 갔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무인도에서 나오기를 마음먹었을 때처럼 그의 발걸음이 결국은 더 나은 성장으로 향했을 것이란 것은 예상할 수 있습니다.


물론 <캐스트 어웨이>를 보고 ‘나를 찾아볼까?’라는 생각한 게 무색하게도 그 이튿날 다시 출근하는 버스에 몸을 실을 테지만, 그래도 이토록 바쁘고 화가 나는 삶 속에서도 ‘나를 잃지는 말아볼까?’라는 생각은 당분간은 큰 힘을 낼 수 있는 계기가 되겠지요?

아무튼 이 여름이 다 지나가기 전에 어서 여름휴가를 떠나야겠습니다.

에디터:DenH

캐스트 어웨이
감독
로버트 저메키스
출연
톰 행크스, 헬렌 헌트, 닉 서시, 크리스 노스, 폴 산체즈, 라리 화이트, 레오니드 키터, 데이빗 알렌 브룩스, 옐레나 포포비츠, 발렌티나 아나니나, 세미온 수다리코프, 피터 폰 베르그, 드미트리 S. 보드린, 프랑소아즈 더하멜, 마이클 포레스트, 비브카 데이비스, 제니퍼 초이, 난 마틴, 앤 밸러미, 데니스 레츠, 웬디 워딩턴, 스카이 맥켄지, 발레리 윌드만, 존 듀어러, 스티브 몬로, 애슐리 트레퍼, 린지 트레프저, 알리사 게이너, 캐틀린 게이너, 로렌 게이너, 알 푸글리에스, 브랜든 레인하트, 매튜 레인하트, 리사 롱, 로렌 버켈, 엘덴 핸슨, 티모시 스택, 앨리스 바우근, 체이스 맥켄지 베박, 게이지 비백, 아만다 케그니, 안드레아 케그니, 프레드 서머, 피터 서머, 조이 콘리, 아론 랩키, 빈스 마틴, 가렛 데이비스, 제이 아코폰, 크리스토퍼 크리사, 크리스 노스, 프레드 스미스, 제니퍼 루이스, 제프리 블레이크
평점
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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