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아이 키우는 정신과 의사가 '우영우' 보고 내비친 솔직한 심경

조회수 2022. 8. 13. 23:23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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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내용은 정두영 정신과전문의 칼럼 일부를 발췌한 것입니다. (출처: 정두영 페이스북)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방송장면 캡쳐 출처:이엔에이픽 유튜브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은 자폐스펙트럼장애를 갖고 있습니다.

인구의 1~2%가 겪는다고 알려져 있는 이 장애는 사회적 상호작용의 결함, 제한적이고 반복적인 행동, 흥미, 활동이 특징입니다. 주인공은 언어적, 비언어적 의사소통의 문제로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합니다. 그녀는 반복적인 행동으로 물건을 규칙에 맞춰 정리하고 말을 따라하는 반향어를 합니다. 고래처럼 제한된 영역에 큰 관심을 보이고 옷 라벨의 촉감에 예민해집니다.

제 아이도 유치원 무렵 자폐스펙트럼 진단을 받았습니다.

아기 때부터 봐온 많은 정신과의사들이 놓칠 정도로 증상이 약했던 것입니다. 언어발달이 느려 소아정신과에서 치료를 받을 때도 주치의는 자폐를 예상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발달장애 연구도 하고 있었죠. 그런데 언어의 격차가 더 벌어져서 대학병원 검사를 하니 자폐 기준을 만족했습니다. 집중적인 치료를 수년  받았더니 사회성은 자폐 범위를 벗어나고 지능도 나아져 병력을 모르는 선생님께 수학이나 영어에 재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웃음이 나옵니다.

아마 정신과의사인 부모가 가장 걱정하는 진단이 자폐일 것입니다. 함께 있어도 외로워지니까요. 아이가 눈을 맞출 수 있는지 긴장하며 알아봅니다. 아이들이 굴러가는 물체를 좋아하는 것이 당연한데 혹시나 제한적이고 반복되지 않는지 마음 졸이며 관찰합니다. 치료에 반응이 좋은 편이라 금세 일대일 수업의 수준을 넘었습니다.

비슷한 경증 아이들과 그룹 수업을 해야 하는데 큰 발달센터가 아니면 맞는 짝을 구하기 어려웠습니다. 경증에도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들어갔는데 중증의 경우는 심각할 것입니다. 약물치료가 중심이 아니라 건강보험으로 해결되는 부분이 제한적입니다. 보호자들은 도움은 못 받고 편견에 시달릴까 진단을 피하게 됩니다. 저희 연구만 참여하고 병원 진단은 안 받을 수 있는지 문의하는 보호자도 있을 정도입니다.

1~2%는 누구에게나 생길만한 일입니다. 결혼도 잘 하지 않는 세상인데 이런 일이 무서워 아이를 낳지 않겠다는 사람들도 생깁니다. 가끔 의대 후배들이 아이 문제로 상담을 하면 힘내라는 얘기를 합니다만 의사도 감당하기 쉬운 일이 아닌데 평범한 직장인은 어떨까 생각하게 됩니다. 특수학교를 짓는데 부모가 무릎을 꿇어야 하는 사회에서 아이를 낳는 위험을 감당하기 쉽지 않습니다.

장애를 가진 우영우가 귀엽고 무해한데다 능력도 뛰어나다는 것이 현실에서 불가능하며, 장애를 바라보는 인식에 해가 될 수도 있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드라마는 다큐가 아니라는 반론도 있습니다. 문화 콘텐츠에는 보편성과 특수성이 필요합니다.

자폐의 특성으로 제한된 분야에 더 많은 지식을 갖고 있는 아이들은 현실에 존재합니다. 미국 나사의 우주비행선 좌표를 계산해낸 흑인 여성들의 공헌을 그린 영화 ‘히든 피겨스’가 떠오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흑인 여성들이 겪은 차별을 그려냈습니다.

하지만 이 영화를 ‘차별받지 않으려면 백인보다 더 뛰어나야 한다’고 읽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차별의 불합리함을 이야기하는 여러 방법 중 조금 특별한 이야기로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의뢰인의 자폐가 중증이라 자신도 잘 모른다는 우영우 변호사처럼 타인을 편견 없이 알아가려는 자세를 갖는 것은 어떨까요. ‘봄날의 햇살’ 최수연 변호사처럼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손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처음에는 편견을 드러냈지만 바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 상사 정명석 변호사가 되어 보는 것은 어떨까요. 이런 사람들과 있으면 일이든 일상이든 더 잘 될 것 같습니다. 서로가 힘을 합쳐 더 좋은 팀을 만드는 것처럼 우리 사회도 더 좋은 곳이 되길 바랍니다.


안녕하세요. <마음음 단단하게 인생은 유연하게> 저자 정두영입니다.

과학고, 서울대 의대, 정신과 전문의… 남들이 보기엔 고민 없어 보이는 인생입니다. 그러나 저 역시 누나의 죽음, 아이의 자폐 등 많은 인생의 역경을 경험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저를 지켜주고 단단하게 만들어준 힘은 바로 '심리적 유연성’이었습니다. 가족관계, 삶의 가치 등 인생에서 변하지 않는 것은 없습니다. 이런 인생에 완벽하게 대비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언제든 유연하게 대응할 연습을 하는 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최선의 방법일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인생의 불확실함에 유연하게 대처하는 사람이 되어 보시길 바라겠습니다. 내 뜻대로 흘러가지 않아 힘들기만 하던 인생이 다소 편해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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