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말라서 물 마셨을 뿐인데.."뇌에서 일어나는 놀라운 변화

조회수 2021. 7. 24. 10: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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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말랐을 때 물 한 잔 마셨던 경험을 떠올려보라.

마지막 한 방울까지 마시고 나서 몇 초 이내에 갈증이 줄어들었을 것이다. 이 현상은 당연하게 보일 수 있지만 실제로 물이 혈류에 도달하려면 20분 정도가 걸린다. 그러니 물을 마시고 몇 초 만에 갈증을 해소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이 당신의 갈증을 해소했을까?

바로 예측이다. 뇌는 마시고 삼키는 행위들을 계획하고 실행하는 동시에 물을 마시면 느끼게 되는 결과를 예상해서 수분이 혈액에 직접 영향을 끼치기 훨씬 전에 갈증을 덜 느끼게 한다.


과학자들은 이미 100년 전부터 뇌가 체내 장기들을 예측하고 있을 것이라는 단서들을 갖고 있었지만 최근까지도 이러한 단서들은 제대로 해독되지 못했다.

19세기의 생리학자 이반 파블로프Ivan Pavlov가 개에게 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리도록 가르쳤던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파블로프는 개가 매 끼니를 먹기 직전에 메트로놈 소리를 들려주었고, 어느 순간부터 개들은 먹이를 주지 않아도 그 소리를 들으면 침을 흘렸다. 파블로프는 이 효과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상을 받았고, 이는 파블로프 조건형성Pavlovian conditioning 또는 고전적 조건형성classical conditioning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파블로프는 자신이 뇌가 어떻게 예측하는지를 발견해냈다는 사실은 알지 못했다. 그의 개들은 소리에 반응해 침을 흘린 게 아니다. 개들의 뇌가 먹이를 먹은 경험을 예측하고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미리 몸을 준비시킨 것이다.


당신도 지금 바로 비슷한 실험을 해볼 수 있다.

마음속에 좋아하는 음식을 하나 떠올려보라(내 경우는 천일염을 넣은 다크 초콜릿 한 조각이다). 그 냄새와 맛, 입에서 느껴지는 느낌을 떠올려보라. 혹시 입안에서 침이 분비되는 것이 느껴지는가?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바로 침이 고이는 걸 느낀다.

만약 신경과학자들이 지금 내 뇌를 스캔한다면 미각 및 후각과 관련된 주요 영역과 침 분비를 조절하는 뇌 영역에서 활동이 증가하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설명을 읽고 당신이 좋아하는 음식 냄새나 맛이 느껴졌거나 조금이라도 침을 더 분비했다면 당신은 자동적 예측과 똑같은 방식으로 신경세포들의 발화를 성공적으로 변화시킨 것이다.


실제로 뇌의 예측 과정은 그렇게 선형적이지 않다.

일반적으로 뇌는 여러 가지 방법을 써서 주어진 상황을 처리하며, 예측들을 돌풍같이 쏟아내어 각각의 예측에 대한 확률을 추산한다.

지금 저 숲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소리는 바람 때문일까, 아니면 동물 때문일까?

적군일까, 소몰이 소년일까?

저 기다란 갈색 물건은 지팡이일까, 아니면 소총일까?

결국 매 순간 어떤 예측은 들어맞는다. 그렇게 들어맞는 예측은 몸에서 감지되는 감각 데이터에 가장 잘 부합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 어느 쪽이 되었든 결국 성공한 예측이 당신의 행위와 감각 경험이 된다.

이 세상에서 우리가 매 순간 보고 듣고 냄새 맡고 맛보고 몸에서 느끼는 것은 ‘순전히 머릿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예측을 통해 뇌는 당신이 적절한 행위를 할 수 있도록 효율적으로 준비시킨다.


"21세기 뇌과학의 정수가  이 책 한 권에 고스란히 담겼다"

- 정재승 카이스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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